전기차·자전거·오토바이까지 '펑펑'…이러다 '전기배터리 포비아'
2019~2023년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총 612건
- 정진욱 기자
(전국=뉴스1) 정진욱 기자 = 전기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와 전기오토바이·전기자전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기배터리 포비아'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기배터리 포비아는 전기배터리가 가진 잠재적인 위험성 때문에 사람들이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기배터리에 대한 사고는 더 일어날 것으로 보고 정부의 대응과 사회적 관심, 그리고 사용자의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해 보면 9일 오후 10시 15분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자전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자전거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은 스프링클러에 의해 자체적으로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11일에는 제주도와 경기 부천시에서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에서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날 0시 32분쯤 경기도 부천시 상동에 위치한 5층 다세대 주택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30대 여성 A씨를 포함한 7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다른 7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화재로 인해 소방서 추산 약 43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불은 작은방에 있던 전기자전거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에서도 창고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 오토바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에 따르면 11일 오후 2시 48분쯤 제주시 애월읍의 한 창고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 오토바이에서 불이 났다.
불은 소유주가 자체적으로 진화해 오후 2시 56분쯤 완전히 꺼졌다. 이 사고로 전기 오토바이가 전소되고 주변 집기 등이 불에 타면서 약 123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은 배터리 과충전에 의한 화재로 추정하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기배터리 화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총 61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자전거에 장착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2019년 2건에서 2023년 42건으로 21배가 늘었다.
이처럼 전기배터리 화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전기배터리에 대한 포비아가 사회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최신 기술이 집약된 전기차의 경우, 전기배터리 포비아로 인해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전기차 화재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도 대책을 내놓았다.
먼저 기존 건물에 대해 2025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2%) 의무이행 시기는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통해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5년까지 전국 모든 소방관서(240개)에 이동식 수조, 방사장치, 질식소화덮개 등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확대 보급하고, 성능 개선도 지속해서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내부단락으로 인한 화재위험 등을 낮추기 위해 분리막 안정성 향상을 위한 첨가제 개발과 배터리팩 소화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전고체배터리 기술개발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소방전문가들은 전기 배터리 사용자들의 철저한 관리를 주문했다.
김성제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 자전거 배터리 화재 예방에 대해 "전기 자전거 배터리 화재 예방을 위해선 정품 배터리와 충전기를 사용하고, 전기 배터리 과충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기적인 배터리 점검만 해도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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