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피부질환" 전기차 화재 뒤 귀가한 청라 주민들 '분진 고통'
- 이시명 기자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떠돌이 생활을 했던 입주민들이 속속 귀가했지만, 아직 화재 분진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40대 김 모 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300만원 자비를 들여 집안 벽지를 새로 도배했다"며 "집에 가만히만 있어도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분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문을 연 채로 집이 아닌 월세방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른 입주민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구는 전기차 화재로 아파트 내 물·전기 공급이 끊기자, 입주민들의 대피를 위해 행정복지센터와 인근 학교 등에 임시 거주시설을 운영했다.
한때 피해를 호소하며 임시 거주시설에 머물겠는 입주민이 800여명에 달하면서 임시 거주시설이 마련된 곳이 최다 10곳에 이르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지난달 30일 서구와 임시 거주시설에서 나오겠다고 합의하면서, 현재는 임시거주시설 운영이 모두 종료된 상태다. 다만, 귀가한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집안에 남아있는 분진으로 호흡기 질환 등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40대 강 모 씨는 "옆집의 경우 고3 수험생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호흡기 질환을 겪었다고 얘기를 들었다"며 "특히 아이를 키우는 집안에서는 갑자기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는 이유로 병원을 방문했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었다"고 했다.
실제로 임시 거주시설에서 집으로 돌아온 입주민들은 아파트 커뮤니티 앱에 "알 수 없는 기침이 자꾸 나온다"라거나 "분진으로 두드러기 같은 피부질환이 생겼다"는 피해 글을 게재하고 있었다.
서구는 이와 같은 분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8월 10일부터 아파트 각 가구에 대한 청소를 지원했지만 역부족인 듯한 모습이다.
50대 성 모 씨는 "청소를 마쳤더라도 냄새가 가득하다"며 "피해가 모두 가시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8월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 일반차량 주차구역에 세워져 있던 '벤츠' 전기차(EQE350)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인근 주차 차량 87대가 타고, 783대가 불에 그을렸으며 입주민 23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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