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첫 발화 '810호' 합동감식…"에어컨 불똥에 무게"(종합2보)

경찰·국과수 등 5개 기관 33명 참여…"화재 원인 규명 집중"

23일 오전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호텔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저녁 7시 40분쯤 발생한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현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2024.8.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부천=뉴스1) 이시명 박소영 기자 =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이 종료된 가운데 화재 원인으로 '에어컨 불똥'이 꼽히고 있다.

23일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진행된 화재감식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한국전력 등 5개 관계기관 인력 총 33명이 참여했다.

감식팀은 이번 호텔 화재의 최초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7층 '810호' 객실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화재 당시 이 호텔엔 총 23명의 투숙객이 머물고 있었지만, 불이 시작한 810호 객실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소방 당국은 '전기적 요인'을 가장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합동 감식팀 또한 810호 객실 밖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등을 포함해 화재 원인 파악을 위한 종합적인 조사를 수행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 810호에 투숙할 예정이었던 한 투숙객 A 씨가 "객실에서 탄내가 난다"는 민원을 호텔 측에 접수한 정황이 파악되면서다.

소방 관계자는 "A 씨가 민원을 접수한 정황을 토대로 에어컨에서 스파크(불똥)가 튀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했다"며 "정확한 원인은 감식 결과가 나온 뒤 파악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재감식을 진행한 오석봉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이번 진행된 합동 감식 결과를 토대로 건물 내 폐쇄회로(CC)TV와 화재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화재 원인 파악에 나선 경찰도 관련자들을 모두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최초 화재 신고자나 A 씨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부르는 등 종합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 중인 사항에 대해 정확히 얘기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화재 현장 감식에 나선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행보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현장을 방문해 소방 당국 관계자들로부터 사고 원인과 경위, 피해 규모 등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 또 소방·경찰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한 뒤 현장을 벗어났다.

23일 오전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호텔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저녁 7시 40분쯤 발생한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현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2024.8.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런 가운데 조용익 부천시장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스프링클러 부재'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 조치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호텔 건물 내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해당 호텔은 2004년 10월 사용 허가를 받았으며, 당시 소방법상으론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조 시장은 "해당 호텔이 불법 용도 변경 등 현행법 위반 행위로 처벌받은 이력은 없다"며 "사고 위험도가 높은 건축물 현황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장치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위치한 이 호텔에선 전날 오후 7시 39분쯤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투숙객 중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사망자 중 남녀 2명은 소방이 구조를 위해 건물 밖에 설치한 에어매트에 뛰어내리는 도중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s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