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 신생아 사망 친부 첫 재판 7개월째 안열려 이례적…왜

1심 확정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 185.2일

생후 57일 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아버지 A씨가 지난해 7월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3.7.26/뉴스1 ⓒ News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생후 57일 된 아들의 머리를 때리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아버지의 재판이 7개월가량 무소식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A 씨(29)에 대한 사건은 지난해 12월 22일 사건이 인천지방법원에 접수된 이후 첫 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2022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형사합의부 기준으로 사건 접수일로부터 1심 확정까지 걸리는 처리기간은 평균 185.2일이다. 2020년 156.8일, 2021년 175.8일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긴하나, 이번 사건의 경우 첫 기일이 200여일 지난 상황에서도 잡히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7개월가량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불구속 사건의 경우 종종 있는 일이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어 재판이 늦어지고 있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도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특별한 이유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일지정의 경우 재판부가 결정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사건의 경우 사망한 피해자의 직계존속이 재판을 받는다는 점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가 살아있거나 유족이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피해 상황을 알릴 수 있지만 이 경우 아무도 대변할 사람이 없다"며 "피고인이 처음부터 불구속 상태였던 것이 아니라 한차례 구속된 뒤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상황인데 첫 기일조차 안잡힌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중순쯤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생후 57일 된 아들 B 군의 머리 등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그는 같은 달 24일 "아이가 구토 증세를 보인다"고 119에 직접 신고했다. 당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B 군은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하루 만인 다음날 낮 12시 48분쯤 숨졌다. 사망 직전 B 군은 뇌출혈(경막하출혈) 증상에 머리뼈와 왼쪽 허벅지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A 씨는 사건 발생 직후 체포됐지만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전문가 의견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2개월 뒤인 지난해 9월 A 씨의 구속영장이 뒤늦게 발부됐지만 구속적부심이 받아들여져 A 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의 추가 조사를 받았다.

A 씨를 수사한 경찰은 그의 휴대폰에서 과거 아들을 수 차례 때린 것으로 의심되는 메신저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친모 C 씨와 나눈 대화에서 C 씨가 “애를 자꾸 때리지 말라”며 “그러다가 애 잡겠다”고 A 씨를 말리는 듯 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C 씨는 A 씨에게 “작년에도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되지 않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남편의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방임한 혐의(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경찰조사 결과 A 씨와 C 씨 사이에는 아들이 1명 더 있었으나 2022년 7월 생후 한달 쯤 급성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은 시신부검을 했으나 학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