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의대도 공공의대도 없는 ‘의료 취약지’ 인천…이번엔 달라질까?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의대생 모집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한 가운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의사 수급에 숨통이 트였지만, 의대생 증원이 공공의료 수준 향상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지역별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광역지자체 중 국립대 의과대학이 없는 곳은 인천과 전남뿐이다. 인천의 유일한 국립대인 인천대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인천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2008년 인천의료원을 인천대 부속병원화하는 방안이 검토됐고, 2017년 의과대학, 2018년 치·의대 설립을 추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의사·공공병원 모두 부족한 의료취약지 '인천'

인천대에 의과대학을 설립하자는 노력은 학교 측만이 아니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천이 그만큼 의료취약지이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인천은 의사와 공공병원 모두가 부족하고 치료가능 사망률이 높은 의료취약지 3곳 중 1곳으로 꼽혔다. 치료가 시의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이뤄졌다면 살릴 수 있는 죽음을 의미하는 ‘치료가능 사망률’의 경우 인천은 51.49명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또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8명으로 전국 평균(2.2명)을 밑돌았다. 인구 1만명당 의대 정원도 0.3명으로 전국 평균(0.59명)보다 적다. 인구수가 비슷한 부산(1.02명)과 비교해도 적은 수치다.

정부는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운영을 위해 전국을 16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이를 총괄토록 했으나 인천과 울산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국립대 병원이 책임의료기관을 맡고 있다. 인천은 국립대 병원이 없어 사립대 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책임의료기관을 맡고 있다.

지난달 11일 오전 11시 인천시청 앞에서 '공공의료 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범시민협의회(이하 범시민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공공의대 설립 촉구 인천시민 궐기대회에서 시민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2024.1.11 ⓒ News1 박소영 기자

◇'10년 동안 의무복무'…지역의사 양성체계 만들어야

인천시민 사회에서는 정부의 이번 방안이 '반쪽짜리'라고 말한다. 정부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긴 했으나, 서울 중심의 수도권 의료 집중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또 지역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대책으로 내놓은 것도 의무가 아닌 상호계약에 의한 선택에 그쳤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필수의료 인력의 자발적 유입을 기대하는 이같은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천 시민들은 공공연히 알고 있다. 인천 지역 중에서도 특히나 의료가 취약한 곳은 섬인데, 의무성을 부여받지 않는 이상 의료인력이 충원되지 않는다는 것을 겪어봐서다.

일례로 115개 섬으로 이뤄진 인천 옹진군은 2년 7개월 동안 산부인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골머리를 썩였다. 전문의 연봉으로 1억5000만원을 지원하던 인천시가 연봉을 2억5000만원으로 지원을 늘렸고, 백령병원이 5000만원을 더해 3억원의 연봉을 만들고서야 지난해 말 은퇴한 산부인과 의사가 근무를 자원했다.

이에 인천지역 시민단체인 '공공의료 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범시민협의회(이하 범시민협의회)'는 의무성을 부여하는 '지역의사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입학금부터 학비까지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대신 10년 동안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무 복무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인천대 국립대 설립, 법적 절차에 막혀

다만 인천대 국립의대 설립부터 지역의사제까지 법적 절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국립 의전원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이다.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법사위에서 이유 없이 60일 넘게 처리를 미루면, 국회법에 따라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으나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국립대 의대를 만드는 것이 아닌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골자로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명시한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현재 상임위 심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지역사회는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의 법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지난해 5월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 인천대는 오는 15일 인천시의회 본관에서 '인천대 공공의과대학 설립방안 연구 결과 및 토론회'를 열고 그간의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범시민협의회에 속해있는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정부는 지역의 필수 의료 붕괴사태를 막기 위해 좀더 구체적으로 정책을 완성시킬 필요가 있다"며 "늘어나는 의료인력이 지역 필수 의료에 투입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