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 영상 유포 협박했다가 심부름센터 동원 여성에 되레 혼쭐난 20대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지난해 3월 초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한 A씨(25)는 B씨(23·여)를 알게 됐다. A씨는 B씨에게 호감을 표현하며 접근한 뒤, 신체 사진을 잇따라 찍어 보내고 급기야 '몸캠' 영상통화를 하며 친밀감을 쌓았다.

이후 A씨는 휴대폰 대화를 넘어 직접적인 만남을 요구했고, 경기 일산 소재 모텔에서 B씨와 만나 깊은 사이로 발전했다.

그러나 A씨는 B씨와 만남을 가진 후 곧바로 돌변한다. 그는 그해 3월24일 오후 10시47분께 B씨에게 "(B씨의)몸캠 영상을 가지고 있으니, 유포되길 원하지 않으면 돈을 내놔라"라고 협박했다.

A씨의 돌변한 모습과 협박에 당황한 B씨는 고민 끝에 다음날인 3월25일 오전 1시37분께 인천시 부평구 소재 한 심부름센터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센터 운영 업주인 C씨(28)는 B씨의 의뢰를 수락한 뒤, 친구인 D씨(28)에게 전화를 걸어 의뢰인인 B씨와 함께 A씨를 찾아가 겁을 줘 합의금 명목으로 되레 돈을 받아내기로 공모했다.

이후 B씨는 C씨 일행의 지휘(?) 아래 A씨에게 의뢰 당일이었던 25일 낮 12시15분께 경기 파주시 소재 자신의 주거지로 A씨를 불러들인다.

몸캠 영상 유포를 빌미로 B씨에게 돈을 뜯어내려 했던 자신의 계획이 성사됐다고 생각하며 B씨의 주거지 문을 연 A씨. 그러나 그곳에는 C씨와 D씨가 기다리고 있었고, 뺨 3대를 연달아 맞았다.

C씨 등은 곧바로 A씨를 감금한 채 무릎을 꿇고 손을 들게 했고 "너(A) 처럼 (몸캠 영상 유포 협박 범행)하다가 무기징역 받았어, 너는 징역 40년 받을 거다. 콩팥 하나 떼자, 콩팥 하나 없다고 삶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위협했다.

C씨 일행의 위협을 견디다 못한 A씨는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이후 C씨 일행이 B씨의 몸캠 영상부터 성관계 영상을 확보한 뒤,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는 모습, 자신의 아내와 부모님 및 지인들의 연락처를 촬영하도록 둘 수밖에 없었다.

B씨를 협박하던 A씨는 졸지에 되레 B씨 일행으로부터 협박을 받는 처지가 됐다. B씨 일행은 A씨가 소지하고 있던 몸캠 영상 등을 A씨의 아내와 가족에 유포하겠다고 위협했고, 유포를 하지 않는 대가로 합의금을 요구했다.

B씨 일행은 4480만원을 요구했으나, 당일 A씨의 이체 한도인 200만원 밖에 받질 못했고, 다음날 60만원을 추가로 받은 뒤 합의금을 마련할 시간을 줬다.

A씨는 다음날 아내에게 부탁해 3000만원을 대출받아 B씨 일행에게 제공했고, 뒤이어 150여만 원을 추가로 송금해 총 3410여만 원을 B씨 일행에게 제공했다.

A씨는 수사기관에 B씨 일행을 고소했고, B씨 등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및 감금 혐의로 기소됐다.

인천지법 형사18단독 김동희 판사는 지난 17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C씨와 D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B씨에 대해서는 선고유예 처분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C는 2015년~2016년 공동상해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피고인 D도 2020년 공동폭행죄 등으로 집행유예 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자숙하지 않고 범행에 나아갔으나,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피고인 B는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선고유예 처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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