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표 막으려 의장선거 짜고 친 전·현직 시의원들, 항소심도 벌금형

“투표용지 위치 지정해 투표자 확인”…무기명 투표 위반

안양시의회 전경. /뉴스1 DB

(수원=뉴스1) 박대준 기자 = 지방의회 의장 선출 투표 과정에서 같은 당의 이탈표를 막기 위해 사전에 약속한 투표용지 위치에 이름을 적는 방법으로 누가 투표했는지 확인해 사실상 공개투표를 공모한 전·현직 시의원들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6-3부(김은정 신우정 유재광 부장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양시의회 A 씨 등 전·현직 시의원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각 벌금 300만원)을 파기하고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안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이던 A 씨는 지난 2020년 7월 3일 치러진 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B 시의원을 의장으로 선출시키기로 공모,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에게 투표용지 상단·하단 및 좌·우측 등 후보자 이름을 쓰는 위치를 각각 지정해 투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전에 약속된 이런 방식으로 투표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 소속 감표위원이 나중에 누구인지 확인이 가능해 사실상 이탈표를 막는 공개 투표 방식이다.

결국 투표 결과 민주당이 의장 후보로 내세운 B 시의원이 총 12표를 받아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에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투표 방식을 악용해 특정인을 선출했다”며 의장 및 상임위원장 선임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10표 이상 무기명 투표 원칙을 위반했다며”며 ‘선거 무효’ 판결했다.

A 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기각되자 대법원에 상고, 대법원은 “다른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은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항소심 재판부로 파기 환송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은 본래의 의도대로 투표했을 뿐 피고인 등의 행위로 인해 그릇된 행위를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공소사실 중 공무집행방해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위계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와 관련된 공무를 방해한 것은 죄질이 좋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d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