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연어 술파티·회유' 모두 '배척'…'방북비 대납'도 인정(종합2보)
이재명 제3자뇌물 혐의 재판에 직·간접적인 영향
'대북송금' 이화영 2심 징역 7년8월…1년 10월 감형
- 김기현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쌍방울그룹(이하 쌍방울)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 대북 송금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심에서 1년 10월 감형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쌍방울 대북 송금'은 당시 경기지사 방북비 등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지급한 것이라는 1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했다.
사실심 마지막 단계인 2심에서 해당 의혹이 사실로 확정된 만큼 향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제3자뇌물 혐의 재판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는 19일 이 전 부지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선고 공판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8월 및 벌금 2억5000만 원, 추징 3억2595만 원을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8월을, 특가법상 뇌물과 외국화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7년을 각각 주문했다. 1심 형량과 비교해 1년 10월 줄어든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이 전 부지사와 함께 기소된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에게 징역 2년 1월(뇌물 공여 7개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형의 집행을 각 1년, 3년간 유예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이 전 부지사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 6월, 특가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징역 8년 등 도합 징역 9년 6월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비용(300만 달러)을 대납하려 했다는 검찰 측 판단을 모두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총 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만 해외로 밀반출된 불법 자금으로 인정했다.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중 164만 달러, 이 대표 방북비 300만 달러 중 230만 달러만 범죄 행위로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 전 부지사와 검사가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모두 기각하면서다.
특히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 전 부지사 요청에 따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 비용을 대납한 건 물론, 여기에 이 전 부지사가 공모한 사실까지 인정할 수 있다고 본 1심 재판부 판단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성태, 방용철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법정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에 부합하는 여러 사정도 존재한다"며 "원심이 든 사정과 추가 사정 등에 기초해 원심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했다"고 밝혔다.
"800만 달러는 쌍방울 대북사업권 확보, 김성태 전 회장 단독 방북 추진 비용으로, 피고인과는 무관하다"는 이 전 부지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성태가 나노스(쌍방울 계열사)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한 사정도 보이지만, 이는 김성태가 스마트팜 대납 요청을 받아들이게 된 핵심 동기에 해당할 뿐이며 만약 대납 요청이 없었다면 김성태 등은 북 인사를 접촉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대북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하리라고 상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 축소 등을 이유로 허위 진술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뒷받침할 근거가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검사실 연어회 술파티 △진술 회유를 위한 세미나 등 이 전 부지사 측 주장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며 배척했다.
이 밖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설시한 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이를 변경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 전 부지사 모든 혐의에 대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가법상 뇌물죄는 공무집행의 공정과 사회의 신뢰,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라며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경우 피고인에게는 스마트팜 사업 비용 및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을 한 책임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뇌물죄와 경합범 관계에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죄 형과 나머지 범죄 형이 분리돼 선고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뇌물죄,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경우 공무원 또는 정치인으로서 부정한 행위까지는 나아가지 않은 점, 김성태에게 비용 대납을 강요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선고 직후 즉각 상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전 부지사 법률대리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이 전 부지사가 '이번 사건은 조작된 수사이고 결과에 유감'이라고 밝혔으니 상고 의지라고 판단한다 "며 "가족들과 논의 후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피고인 범죄를 인정할 때는 검찰 주장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검찰 불법 수사를 주장하는 변호인의 입장에 대해서는 극도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해 모두 배척한 재판부 태도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며 "이 사건은 유·무죄를 다툴 사건이 아니다. 기소 자체가 불법이고, 수사는 더더욱 불법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 역시 입장을 내고 상고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수원지검은 "수원고등법원은 총 8회 공판기일을 거쳐 오늘 항소심 판결을 선고했다"며 "1심 재판부가 공소사실의 대부분, 특히 불법 대북송금의 실체를 인정한 데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정당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이화영 피고인이 1심 판결 이후에도 반성은커녕 허위주장을 양산하며 1심 재판부를 공격하고 형사재판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내는 등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음에도 오히려 징역 7년 8월로 감경한 양형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법리 검토를 마치는대로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해당 사건과 증거 관계가 상당 부분 동일한 이 대표 제3자뇌물 혐의 재판에는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심 마지막 단계인 2심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실체가 사실로 확정된 만큼 이와 관련한 추가 심리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2019년 김 전 회장에게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게 하고, 그 대가로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그룹 대북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과 보증'을 약속한 혐의로 올해 6월 12일 불구속기소 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가 심리하고 있는 이 사건은 이 대표 측이 최근 '법관 기피 신청'을 내면서 중지된 상태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8조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나 피고인이 법관을 기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2022년 7월 쌍방울로부터 3억 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 및 뇌물을 수수한 혐의, 2019년 쌍방울의 800만 달러 대북 송금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2022년 10월과 지난해 3월 기소됐다.
해당 사건은 쌍방울이 북한 인사에게 민선 7기 경기도 대신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 500만 달러,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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