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가고 싶어서"…벼랑 끝 몰린 40대 범행의 시작[사건의 재구성]

(안양=뉴스1) 김기현 기자 = "교도소에 가고 싶어서…"

A 씨(40대)가 잔혹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건 터무니 없는 발상 때문이었다.

그는 2022년 2월쯤부터 지인 B 씨 주거지에 얹혀 살기 시작했다. 직업은 물론, 수입마저 없어 머무를 곳이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그런데 약 1년 9개월이 지난 시점, B 씨가 돌연 타지로 이사하게 됐다. A 씨 입장에서는 갑자기 오갈 데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그때부터였다.

벼랑 끝에 몰렸다고 판단한 A 씨는 절대 실행해서는 안 될 범행을 계획했다. 불특정인을 상대로 시비를 걸고, 칼로 찌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A 씨가 범행할 기회는 금세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17일, B 씨와 군포시 금정동 소재 '오뎅바'를 가기로 약속하면서다.

A 씨 범행 대상이 '불특정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뎅바는 그야말로 최적의 범행 장소였다. 당연히 A 씨 역시 둘도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뎅바를 향하기 전 총길이가 27㎝인 사시미칼을 미리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는 등 범행을 완성시키기 위한 확고한 의지도 다졌다.

오뎅바에 도착한 후에는 눈 앞에 놓인 술과 음식보다는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던 오후 7시 30분쯤, A 씨 범행은 이윽고 현실이 됐다.

잠시 오뎅바 밖으로 나갔다가 제 자리로 돌아가려던 손님 C 씨(50대)가 A 씨에게 "좀 지나가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부탁한 순간이었다.

이때다 싶었던 A 씨는 "내가 왜 비켜줘야 하느냐"며 B 씨 얼굴을 한 차례 때린 데 이어 흉기를 꺼내 C 씨 등 부위를 두 차례 찔렀다.

A 씨는 이후 인근 술집으로 도주해 태연하게 '발렌타인 17년산' 등 양주 2병을 시켜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수중에 가진 돈이 없었고, 술값 82만 원은 지불하지 않았다. 결국 덜미를 잡힌 A 씨는 특수상해 및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 씨는 A 씨 범행으로 흉곽후벽의 열린 상처 등을 입었으나 약 4주간 치료를 받은 끝에 목숨을 건졌다.

A 씨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술값 82만 원은 B 씨가 대신 지불한 점 등을 참작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 범행이 의도적이고, 지극히 반사회적인 점과 A 씨 과거 범죄 전력 등을 고려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A 씨는 이 사건 범행 당시 강간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해자 생명에 위험이 존재했고, 상해 정도도 상당히 중하다"며 "피해자가 받았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상당해 보이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아무런 이유 없이 타인에게 무작위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은 공공 안전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엄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