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사망' 아리셀 박순관 '중대법' 혐의 부인…"직접 운영 안해"

사망자 23명이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8월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8.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사망자 23명이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8월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8.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대형 화재 사고로 2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검찰의 핵심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25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대표 등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은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 변호인은 "박순관은 아리셀 대표이사로 등기돼 있긴 하다"며 "그러나 실질적으로 아리셀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는 박중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 변호인은 "직접 아리셀을 경영하지 않은 박순관이 산업안전보건법과 파견법도 위반했다는 검찰 주장을 부인한다"며 "박중언은 파견법 위반 사실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 변호인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일부 인정한 반면,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인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박중언 등에게 열감지기 미설치와 이 사건 화재 발생 이틀 전 발생한 화재관련 전지 안전조치 등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는 걸 부인한다"며 "설령 이런 의무를 위반했더라도 이 사건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중언 등은 2023 소방안전 교육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위험성 감소 대책을 수립하는 등 위험성 평가업무를 실시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며 "다만 이 사건 화재는 최초 발생 후 약 40초 내에 3동 2층 전체를 연기로 가득 채울 정도로 급속히 진행됐고, 이런 특성상 위험상 평가를 했더라도 이 사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 변호인은 검찰 공소사실에 기재된 '기초사실'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다. 9차례 전수 검사를 통과해 양품으로 판정된 완성품인 리튬전지가 온전하게 보관되던 중 원인불명 사유로 발화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기초사실은 △아리셀 설립 경위 및 사업 목적 △리튬전지의 화재 발생 위험성 △이 사건 화재 발생 직전의 아리셀 상황으로 구성돼 있다.

박 대표 변호인은 "검찰은 이 사건 화재와 관련이 없는 과거 사례를 마치 관련이 있는 것처럼 전제했다"며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이 방위사업청에 납품한 리튬전지가 폭발해 2019년 7월 피해액 29억8천만원 상대의 불상 화재가, 2019년 12월 피액해 229억9천만원의 원인불상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이 파악하기로는 전체 1429건의 사용자 불만 중 발열과 같은 고위험 이상 현상은 22건에 불과하다"며 "특히 2019년 12월 원인 불상 화재는 다른 일차전지 업체가 납품한 배터리가 폭발해 발생한 사고로 알고 있고, 대한민국은 아리셀이나 에스코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음 달 9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 후 본격적인 재판에 돌입할 계획이다. 일반 공판기일과 달리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가 부여되지 않아 박 대표 등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24일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본부장 등은 발열감지 모니터링 미흡 등 전지 보관 및 관리와 화재 대비 교육 및 소방훈련 미실시 등 안전 관리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혐의다. 특히 아리셀은 2020년 5월 사업 시작 후 매년 적자가 나자 무허가 파견업체 소속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 320명을 생산 공정에 교육 없이 즉시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 기술력 없이 노동력만 집중적으로 투입해 무리하게 생산을 감행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또 아리셀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을 철거하고, 대피경로에 가벽을 설치하는 등 구조를 임의로 변경하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별개로 박 본부장 등은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를 통과하고자 검사용 시료를 몰래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데이터를 조작해 47억 원치 전지를 군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 역시 2017∼2018년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할 당시 시험데이터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군 품질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에스코넥 대표는 박 대표가 겸임하고 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