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식주의자' 경기 일부 학교서 폐기…'검열 vs 자율' 논란

야당 의원들, 국감서 임태희 교육감에게 사과 요구
임태희 "채식주의자, 깊은 사고가 들어있는 작품"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서울특별시교육청·인천광역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배수아 기자 =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54)의 대표작 '채식주의자'가 경기도교육청의 자율 지침에 의해 도내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유해 도서로 폐기된 것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22일 임태희 교육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의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임 교육감에게 "도교육청이 성교육 유해 도서 선정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관련 기사를 붙임자료로 보냈는데 이건 보수 기독교 단체와 국민의힘에서 유해도서라고 주장하는 책들 찍어내기 하라는 그런 이야기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임 교육감은 "채식주의자를 읽어봤는데 아주 깊은 사고 속에서 쓰인 깊은 사고가 들어있는 작품"이라면서 "책에 담긴 몽고반점 관련 등의 부분에서는 학생들이 보기에 저도 좀 민망할 정도의 그렇게 느끼면서 읽었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정을호 의원은 도 교육청이 공문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 "청소년 보호법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은 학교 도서관에서 임의로 가져다 쓸 심의 기준이 아니다"라며 "도서관운영위원회 매뉴얼에도 없는 심의 기준을 들이댄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임 교육감은 검열이 아닌 각 학교 도서관운영위원회의 자율적 판단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학교 현장에서 딥페이크를 비롯한 성과 관련된 사고와 학교폭력 등 많은 사고가 일어난다"면서 "이런 문제가 독서에서 생길 수 있지 않냐는 문제 제기가 학부모, 종교 단체에서 나왔고 도 교육청이 그러면 주의를 환기하고 독서 지도를 하는 차원에서 공문을 발송했다"고 답했다.

이어 "공문 발송에 따라 각 학교의 도서관운영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문제 되는 도서를 선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제의 공문에 언론사 기사가 붙임자료로 포함된 데 대해서는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청소년 유해도서를 분리·제거해달라'는 내용의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 민원을 접수하고, 같은 해 9∼11월 교육지원청에 "부적절한 논란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협의해 조치하라"는 공문을 두 차례 보낸 바 있다. 공문에는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의 주장을 담은 보도가 함께 담겼다.

그 결과 약 2490개교가 총 2517권을 성교육 유해도서로 판단해 폐기했다. 이 중 한 학교는 채식주의자 내용 중 성과 관련된 내용이 학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채식주의자를 폐기했고, 다른 두 학교에서는 열람 제한됐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