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북서 귀신·짐승 울음소리" 파주 접경주민들 "살려달라"
北 포격보다 더 무섭고 괴기한 대남방송 3주째 이어져
‘임시 거주지 마련’, ‘대북전단 살포 원천봉쇄’ 요구
- 박대준 기자
(파주=뉴스1) 박대준 기자 = “연일 계속되는 대남확성기 방송에 바로 옆 사람과 대화도 힘들어요. 밤에는 잠도 못 자 낮에는 피곤해서 농사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어요.”
18일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 임진각 민방위대피소에서 열린 김경일 파주시장의 이동시장실에는 민통선 내 통일촌·해마루촌·대성동 마을에서 온 주민들이 지하대피소를 가득 메웠다.
이날 이동시장실은 최근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통선 마을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듣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하게 열렸다.
파주시 접경지역 일대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선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어 북한의 대남확성기 방송 재개로 이어지며 긴장의 수위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주민들은 “북한의 포격 위협보다 대남방송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북한의 대남확성기 소음방송으로 인한 고통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9월 28일부터 현재까지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대남확성기 방송은 주민들이 지금까지 들어본 대남방송 중 소음강도가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여우·들개·까마귀 등 동물의 울음소리부터 쇠뭉치를 긁는 소리나 기계 돌아가는 소리, 심지어 귀신 소리 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밤낮없이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제 대남확성기 소음방송 (파주시 제공)
70대의 한 주민은 “수면제와 진정제를 먹어봐도 소용이 없고, 귀마개를 했더니 귀가 짓물러 염증이 생겼다”라며 “정부 관계자들은 이곳에 와서 하룻밤만 지내봐야 한다. 너무 고통스럽다. 제발 살려 달라”고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주민은 “이전 대남확성기는 사람들의 말소리였지만 이번에는 기괴한 소음으로 고문하면서 정신병마저 생길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방음벽을 설치해 주던지, 잠을 잘 수 있는 임시거처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주민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촌의 이완배 이장은 “(전단살포 단체들이)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서라는데, 민통선 주민들에게는 인권이 없는 것인가”라며 “주민들의 생계는 물론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까지 몰린 마당에 이제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 대북전단 살포를 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가 지난 16일 파주·연천·김포 등 3개 시군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함에 따라 앞으로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자들의 출입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명령 불응할 때는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강제 퇴거는 물론 형사처벌도 가능해졌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금 파주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생명과 안전이 모두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위험구역 설정에 따라 확보하게 된 지자체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대북전단 살포행위 적발과 단속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d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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