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절도·강간·살인' 모두 여성만 노린 '무기징역' 이영복
1992·2003년 흉기 들고 여성 상대 협박하며 금품 갈취
절도 혐의로 1년 복역한 뒤 지난해 11월 출소 후 살인
- 양희문 기자
(고양=뉴스1) 양희문 기자 = 경기 고양시와 양주시에서 다방 업주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영복(57)은 과거 강도상해 범죄로 도합 20년에 달하는 징역형을 받는 등 교도소를 들락날락 거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가 범행 대상으로 삼은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으며, 마지막 출소 뒤엔 살인까지 저지르는 등 그의 범행수법은 점점 잔인해졌다.
이영복은 1992년 8월 14일 경기 파주시 금촌읍 한 슈퍼에서 30대 여성 A 씨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며 현금 7만원을 빼앗았다. 당시 그는 "돈을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이 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 3명에게 현금 48만8000원을 강취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으며, 1명은 성폭행도 당했다.
결국 이 씨는 강도상해·강도강간·특수강도 등 3개 혐의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장기간의 복역을 마치고 2003년 3월 16일 출소한 이 씨는 9일 만에 또다시 동종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약 4개월간 파주 일대를 돌며 15차례에 걸쳐 강도나 절도 범죄를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주먹으로 때리고 손으로 목을 조르는 등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번 범행의 피해자도 모두 여성이었다.
1심 재판부는 "주로 혼자 있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을 볼 때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피해회복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강도상해 등 혐의로 도합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출소 이후 계속해서 절도 범행을 벌여 교도소를 들락날락 거렸다. 그런 그의 마지막 범죄는 2022년 11월이었다. 당시 이영복은 누범기간임에도 술집에서 결제를 하지 않고 도망가거나 주인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돈을 훔치는 등의 짓을 하다가 지난해 2월 16일 고양지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또 수감됐다.
2023년 11월 출소한 그는 좀도둑질을 일삼던 이전과는 달리 여성을 상대로 잇따른 '살인' 행각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30일과 올해 1월 5일 고양시와 양주시 다방에서 홀로 영업하던 60대 여성 업주들을 연이어 살해했다.
이 씨는 범행 뒤 소액의 현금을 훔쳐 달아났으며, 서울과 경기 북부, 강원도 일대를 배회하다 강원 강릉시의 한 재래시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교도소 생활을 오래 하며 스스로 약하다고 느꼈다"며 "이 때문에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어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양주시 다방 업주의 신체와 의복에서 이영복의 유전자(DNA)가 검출된 점을 근거로 그가 강간을 시도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보고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희수)는 18일 강도살인·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씨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10년간의 신상정보 공개, 10년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2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란 점을 언급하며 살인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2명의 생명을 빼앗은 범행으로 그 결과와 범행 동기, 수법을 비춰보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이 사건 피해자들이 느꼈을 고통은 가늠하기 어렵고, 피해자 유족이 겪고 있을 정신적 고통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강간 등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심스럽다"며 "과거에도 강도상해, 특수절도 범행을 저지른 점을 볼 때 교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형은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허용된다는 게 대법원의 법리"라며 "과거의 사형 판결과 최근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은 사건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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