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종이부터 확보" 한강 노벨상 수상에 인쇄소 '비상 근무'

서점가 벌써부터 품귀현상에 '주말 반납' 추가 인쇄 돌입
직원들 “출판업계 경사, 거래처들 선뜻 자재 우선공급”

11일 오후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단독으로 인쇄하고 있는 고양시 한영문화사 인쇄소 앞에 추가 인쇄를 위한 자재들이 잔뜩 쌓여 있다. /박대준 기자

(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작가 본인은 물론 또 다른 관계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번 수상에 함께 기뻐하는 이들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초판부터 단독으로 찍어내고 있는 인쇄소인 한영문화사 직원들이다.

지난 10일 저녁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 문학상이 발표된 직후 한영문화사(경기 고양시)에는 다급한 전화가 이어졌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출판사 문학동네로부터 “급하게 책을 찍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는 소식과 함께 이미 퇴근한 직원들까지 전화로 업무협의를 시작했다.

이어 11일 아침 한영문화사에는 공식 주문이 떨어지면서 직원들이 여느 때와는 다른 바쁜 하루를 시작했다.

출판사는 당장 14일까지 2만부를 인쇄해 보내줄 것을 요구하자 인쇄소 1층 한켠에 있는 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거래처 이곳저곳에 전화를 걸며 자재(종이)를 확보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다행히 그동안 쌓아둔 신용 덕에 거래처로부터 우선공급을 받으며 오전 내내 대형 트럭들이 자재를 잔뜩 싣고 도착, 지게차가 연신 이를 옮기며 공장 앞 주차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확보된 물량만 1000면(1면당 500장)으로 당장 1차 작업물량은 채울 수 있게 됐다.

한영 관계자는 “오늘부터 인쇄기 5대를 풀가동, 주말에도 직원들이 휴일을 반납하며 작업하기로 해 1차 주문량을 맞출 것”이라며 “몸은 힘들겠지만 출판업계의 경사인 만큼 직원들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차분 2만부에 이어 2차 3만부, 3차 2만5000부도 이미 주문이 되어 있어 당분간은 쉴 틈이 없을 것 같다”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한강 작가의 저서 추가 인쇄를 위해 한영문화사 직원들이 주말도 반납하고 인쇄가 5대를 풀가동할 계획이다. 인쇄소 내 직원들이 추가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 /박대준 기자

특히 수상 발표 이튿날인 이날 서점가에서는 벌써부터 책 주문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대형 서점의 온라인 사이트가 한때 접속이 되지 않는 등 품귀현상이 벌어지며 단독으로 인쇄를 맡고 있는 한영측에서는 책임감이 더 남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인쇄산업단지에 위치한 한영문화사는 고양지역의 대표 인쇄업체이기도 하다.

홍사룡 한영문화사 대표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 두고 설립자인 선친으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아 2대째 운영 중이다. 홍 대표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출판물을 인쇄했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기도 했다. 현재 직원은 인쇄와 제본 분야 등에서 60여명이 근무 중이다.

d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