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북 공작원 접선' 민노총 전 간부에 징역 20년 구형

"재범 위험성 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의 모습. 2022.6.2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간첩 혐의로 기소된 전직 민주노총 간부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23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 A 씨 등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20년 및 자격정지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더불어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 씨 등 3명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동조해 자발적으로 은밀하게 장기간에 걸쳐 북한 지령에 따라 대남활동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한 중대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또 "피고인들은 대한민국 법질서에서 제공하는 모든 방어권을 행사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게 범행을 지속해 온 점에 더해 수사기관의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을 보면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어 "국민들은 6.25 전쟁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 사회주의 혁명을 하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고, 이 세력이 거대 노조를 장악해 합법적 노조활동으로 위장하며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피고인들을 중형으로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A 씨측은 국가보안법 위헌성 등을 이유로 '무죄'를 호소했다.

A 씨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공소장 일본주의'를 재차 언급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라 때 공소장만 법원에 제출하고 다른 서류와 증거를 공소장에 담아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검찰이 공소장에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선 안 된다는 형사소송 원칙이다.

변호인은 "검사는 구체적 범죄 사실에 앞서 모두사실 기재 내용에 피고인들이 국가전복을 준비하는 비밀 지하당 조직원이라고 하고, 증거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문건을 그대로 인용해 법관이 예단을 갖게 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또 검찰측에서 A 씨가 북한에 넘겼다고 주장하는 민주노총 선거 관련 계파 동향이나 평택 미군기지 군사시설 사진은 공개 자료이지 기밀 자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A 씨도 최후진술에서 "국가보안법은 UN에서도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면서 "국가보안법으로 정치적 반대자를 처벌하는 게 21세기에도 이뤄지고 있다"며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 대두될 때나 정권이 불리할 때마다 간첩단 사건을 언론에 가십거리처럼 발표하며 위기를 모면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A 씨 등은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102회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받고 간첩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9월~2019년 8월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직접 북한공작원을 접선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들은 또 2020년 6월~2022년 9월 대북통신용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북한과 연락을 취하고 조직원들과 접선할 수 있는 신호방법을 만든 혐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 지시에 따라 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시설·군사 장비 등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최대 규모의 북한 지령문과 보고문을 찾아냈다. 검찰은 민주노총 본부 A씨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지령문을 해독하는 암호키 등 증거를 확보했다.

A 씨 등에 대한 선고는 오는 11월 6일 열린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