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명품 시계' 구매하고 보니 장물…기소된 매매업자 혐의 벗은 이유

항소심 "장물 여부 의심할 만한 사정 없고, 주의 의무 다해"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장물(절도 등 불법으로 가진 타인 소유 재물)인 고가 명품 시계를 구매해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중고물품 매매 업자가 판결이 부당하다며 낸 항소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피고인이 장물 여부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고,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했다는 새로운 해석이 나오면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1형사부(고법판사 문주형 김민상 강영재)는 최근 업무상과실장물취득 혐의를 받는 A 씨(40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1심에서 금고 4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은 후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22년 12월 15일 오후 6시쯤 자신이 운영하는 대전 서구 중고물품 매매 업체에서 손님 B 씨(10대)로부터 명품 시계를 1020만 원에 매수해 재판에 넘겨졌다.

B 씨가 시계를 훔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행 형법 제382조는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B 씨는 같은 해 11월 27일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에 시계 판매글을 게시한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는 방식으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B 씨는 A 씨에게 시계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는 요구를 받자, 과거 친구로부터 건네받아 소지하고 있던 C 씨(20대) 명의 신분증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이어 A 씨가 제시한 매입계약서에 C 씨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 물품명, 구입처, 구입 시기 등을 기재한 후 매도대금을 현금으로 교부받았다.

A 씨 측은 1심에서 "시계 매입 과정에서 주민등록증을 건네받아 인적사항을 확인했다"며 "구입·판매 경위 등도 확인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B 씨 진술에 주목했다. B 씨는 법정에서 "A 씨가 '어디에서 구입한 것이냐' '몇 년도에 산 것이냐'고 물어 인터넷 카페에서 중고로 1940만 원에 매입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B 씨는 "A 씨가 신분증을 별도로 대조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계약서를 쓰라고 했다"며 "시계가 장물인지 묻지 않았고, 장물 취득 관련 안내문을 제시받은 적도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1심 재판부는 A 씨 전과도 고려했다. A 씨는 2021년 7월 8일 고등학생이 제시하는 타인 주민등록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금팔찌 20돈을 480만 원에 매수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나이가 어린 매도인으로부터 시계 취득 경위, 매도 동기 등을 잘 살펴 장물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A 씨 입장에선 기본적인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고, 시계 출처와 소지 경위 등을 확인하는 등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장물인지 여부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나아가 피고인은 시계 출처 및 소지 경위 등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 씨 신분증은 당시 21세로, 다소 어리긴 하다"며 "다만 추후 법적인 책임을 묻을 수 있는 조치까지 완료한 이상, 어리다는 이유로 매도인 설명 진부까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