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누명 故 윤동일씨 재심…당시 경찰 4명 법정 선다
변호인 "고문과 서류 조작 여부 등 물어보겠다"
재심 재판과 별개로 국가 상대 민사소송도 제기
- 배수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구속 수사를 받다 풀려난 뒤 지병으로 숨진 고(故) 윤동일 씨에 대한 재심 법정에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 4명이 서게 됐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차진석)는 3일 윤 씨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을 열었다.
수원지법은 앞서 "수원지법에서 있었던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 사유가 있다고 보인다"며 윤 씨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윤 씨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이 사건 피해자와 재심 청구인인 피고인의 형에 대한 증인신문과 더불어 당시 수사 과정에서 위법 수사를 한 경찰관 4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당시 윤 씨에 대한 경찰의 고문 여부와 서류 조작 여부를 법정에서 물어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들 4명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다.
변호인 측은 윤 씨에게 경찰의 가혹 행위가 있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언론보도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현장 검증 영상도 법정에서 재생해 수사를 최대한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윤 씨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에서 일부 사건 기록을 비공개하고 있다"며 "관련 기록을 전부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재심 청구인인 윤 씨의 친형 동기 씨도 이날 법정에 나와 "동생이 누명을 쓰고 산 세월이 34년 지났다"며 "동생이 고문을 받고 석방 후 암에 걸려 죽고 부모님도 정신적인 고통으로 바로 돌아가셨다. 그로 인해 모든 가족이 고통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억울함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윤 씨와 검찰 양측에 증인·증거 신청과 관련한 의견서를 다음 기일 전까지 서면으로 미리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씨 측은 이번 재심 재판과 별개로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윤 씨 측은 5억 3000여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민사소송에선 사건 당시 수사 과정에서의 가혹행위 등 위법뿐 아니라 윤 씨가 석방 이후에도 수사기관에 감시당한 점, 고문 후유증과 암으로 숨진 데 대한 상관관계 등을 따지게 된다.
윤 씨 재심의 다음 재판은 10월 8일 오전 11시 30분 공판 준비 기일로 진행된다.
앞서 동기 씨는 1990년 경기 남부지역 연쇄살인 사건 범인으로 몰린 동생이 수사기관으로부터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윤 씨는 19세였던 1990년 11월 15일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 용의자로 불법 연행돼 가족과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잠 안 재우기, 뺨 맞기 등 고문을 당하며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
수사기관은 이후 그의 유전자(DNA)를 채취해 검사했고, 그 결과 9차 사건 범인이 아니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는 비슷한 시기 발생한 다른 강제추행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재차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으며, 1991년 수원지법으로부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모두 기각돼 1992년 1심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윤 씨 유족 측은 이 강제추행 사건과 관련해서도 경찰·검찰이 윤 씨를 불법 체포 및 감금, 고문하고 허위자백을 받아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사기관은 윤 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에도 윤 씨를 지속적으로 미행·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석방 10개월 뒤 암 진단을 받고 1997년 9월 유명을 달리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춘재 연쇄살인'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공권력 행사, 사건 은폐 의혹 조사가 이뤄지는 등 "다수 용의자에 대해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2022년 12월 발표했다.
sualuv@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