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딥페이크 만들어줘"…유포자 대부분 '미성년'(종합)

지인 얼굴 음란물 합성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신고 잇따라
검찰 영장 반려하기도…딥페이크 대책 마련 나선 교육 당국

30일 대전경찰청에서 경찰, 대전시, 대전시교육청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딥페이크 성 착취물 관련 범죄 집중단속 회의를 하고 있다. 2024.8.3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전국종합=뉴스1) 양희문 박소영 남승렬 최형욱 조아서 이성기 허진실 기자 = 지인이나 연예인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하고 배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하며 30일 전국 곳곳에서 관련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학교를 중심으로 피해가 속출하는 데다 딥페이크 영상 유포자 대부분이 미성년자로 알려지며 교육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담임 딥페이크 만들어줘"…전국 학교 '비상'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딥페이크 피해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

충남에선 한 중학생이 담임교사의 사진으로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제작을 의뢰해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담임교사는 지난달 29일 지역교육지원청과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했고, 지난 13일 교권보호위원회는 해당 학생에게 강제전학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가해 학생이 전학 간 학교가 담임교사의 근무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 교사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에선 수성구 소재 고등학교 3곳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 합성물이 유포됐다는 피해 사례 5건이 진정서나 고소장을 통해 접수됐다.

피해자 5명 모두 여학생으로 알려졌으며, 수성구 한 여고에서만 피해 사례가 3건에 달한다.

올해 대구에선 딥페이크 사건이 모두 11건 발생했다. 피의자는 모두 미성년자다.

서울여성회 활동가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학생 등이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대학생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는 놀이가 아니라 성폭력 범죄로 여성의 삶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며, 정부를 향해 철저한 진실규명과 가해자 처벌,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4.8.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공포감 확산하는데…압수수색 영장 '반려'

딥페이크 공포가 확산하고 있지만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반려로 수사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인천지검은 지난 9일 인천 남동경찰서가 신청한 고등학생 A 군(19)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했다.

A 군은 최근 불거진 인천 교사 딥페이크 합성물 공유 사건의 피의자로 특정된 상태로, 지난달 23일부터 수사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측이 제시한 근거로 토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A 군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피의자를 특정하게 된 경위가 불분명하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결국 경찰은 지난 26일 A 군 자택에서 그를 조사한 뒤 불법합성물 제작 사실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 임의제출 형태로 휴대전화를 받아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A 군을 특정한 증거를 제출한 날(지난달 25)로부터 한 달가량이 지난 뒤에서야 디지털 포렌식이 진행된 셈이다.

피해자는 "검찰이 당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고 발부됐다면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이 반려되고 직접 A 군을 찾아 범행을 시인하는 진술을 들었다"며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여성회 활동가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학생 등이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가진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대학생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유의 쓰레기통에 가면을 던져 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24.8.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디지털 성폭력 OUT…대책 마련 나선 교육당국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시교육청은 딥페이크 성범죄 등 디지털 성폭력 예방 및 피해 대응 방법 내용을 담은 교육 콘텐츠 '디지털 성폭력 OUT'을 제작·보급한다.

이 콘텐츠는 학생들의 불법 촬영·디지털 성범죄 근절 인식을 높여 안전한 사회 조성과 생활 속 양성평등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부산교육청은 '동의 없는 불법 촬영', 비동의 유포·유포 협박 등 '디지털 성폭력 유형', '피해 발생 시 신고 및 대응 요령' 등을 콘텐츠 영상에 담았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딥페이크 성범죄 등이 급증함에 따라 예방교육과 피해자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며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건영 충북교육감도 디지털 리터러시와 윤리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이날 오전 주간 정책회의에서 "경찰의 강력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론 교육기관이 더 큰 역할을 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광표 대전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 경사가 30일 대전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양상 성법죄 관련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사진은 딥페이크 예방 교육 관련 내용. 대전경찰은 중·고등학교 151곳을 대상으로 학교전담경찰관이 딥페이크 영상 성범죄 특별 범죄 예방 교육을 진행한다. 또, 특별수사 2팀, 모니터링 1팀, 디지털 포렌식·피해자 보호지원반에 25명을 투입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내년 3월까지 집중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2024.8.3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충북도교육청은 다음 달 9일까지 사이버범죄 예방을 위한 특별교육주간을 운영해 딥페이크 위험성을 알리기로 했다.

또 교육문화원에서 초·중·고·특수·각종학교 학생 생활교육 업무담당자를 대상으로 '2024학년도 2학기 학생 생활교육 주요업무 설명회'를 개최, 최근 문제가 된 딥페이크 합성물 관련 전문가 특강을 진행했다.

대전경찰청은 대전시와 대전교육청, YWCA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딥페이크 성 착취물 합동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딥페이크 영상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관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 기관은 딥페이크 영상 성범죄 수사·피해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범죄 예방 홍보, 피해자 일상 회복, 2차 피해 방지 등에서도 협조하기로 했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