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 김혜경 재판서 말꼬리 잡고 '공방'

검찰·변호인, 음성 녹취록 '해시값' 두고 공방
재판부, 내달 12일 결심…증인 2명 직권 신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25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7.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김 씨 측 주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박정호)는 29일 김 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오는 9월 12일 직권으로 배모 씨와 A 씨 증인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인 배 씨는 김 씨 측근이자 '공모공동정범'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이론이다.

A 씨는 이 사건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캠프에서 김 씨 수행을 담당했던 여성 변호사다.

재판부는 "지난 공판 때 저희가 인식이 약해서 경선캠프가 얼마나 피고인에게 관여했고, 그 과정에서 배 씨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을 심리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사유를 말했다.

이어 "피고인 주요 주장은 (결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라며 "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가 되는 등 시간이 흘러 일정이 많아질수록 밥값 계산에 신경 못 쓴다는 건 납득이 간다"고 부연했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재판부와 검찰 사이에 마찰이 일기도 했다. 검찰이 재판부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검찰은 "재판부 말에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모임의) 공적인 의미가 짙어지면 10만 4000원을 공적으로 쓸 수 있는 것처럼 바뀐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모임 성격을 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는데, 저희가 고민을 안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 살펴보려 하는 것"이라며 "검찰과 변호인도 함께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검찰은 김 씨 측 변호인과 지난 22일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문제가 된 '공익제보자 조명현 씨 음성 녹취록 조작·편집' 의혹을 두고도 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했는데, 편집이나 누락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잡음이 섞여 있어 의도 없이 녹음했다는 제보자 진술과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전자정보상 작성 일자가 사건 당일 낮 12시 9분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1차 결제가 낮 12시 18분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변경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1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7.15/뉴스1 ⓒ News1 김기현 기자

반면 김 씨 변호인은 전자정보 특성을 언급하며 음성 녹취록 편집 가능성을 내세우는 등 검찰 주장에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변호사는 "제보자는 한 회계사를 통해 USB에 저장된 파일을 경찰에 제출했다"며 "녹음 시점은 2021년이고, 회계사를 통해서 제출한 건 2022년"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적어도 조작은 아니어도 일부만 잘라서 제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검찰이 제출한 '해시값'이 최초 해시값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해시값이란 디지털 증거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파일 특성을 축약한 수치로, 수사 과정에서는 '디지털 지문'으로 통한다.

김 변호사는 "휴대전화 녹음은 자동으로 파일명이 부여되는데, 이 파일들에는 특별한 설명이 부여돼 있다"며 "대부분 파일 수정 날짜도 2022년 1월 3일 무렵으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잘라낸 파일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며 "검찰이 제시한 해시값은 무오류 또는 무결성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피력했다.

그러자 검찰은 김 씨 측이 뚜렷한 근거 없이 쟁점을 왜곡하고 있다며 파일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검찰은 "파일명을 바꾼다고 해서 해시값이 바뀌지 않는다"며 "수정 날짜는 USB로 옮긴 날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22년 1월 3일은 수사도 시작하기 전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모든 걸 염두에 두고 내용까지 수정했다는 건 가능성이 낮은 얘기"라고 했다.

이에 따라 김 씨 측은 결국 다음 기일에 포렌식 기계를 직접 가져와 시연하는 등 방식으로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9월 12일로, 결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결심에선 검찰 구형과 피고인 최후 진술 등이 이뤄진다.

다만 지난달 25일 이미 한 차례 결심을 치른 만큼 재판부 증인 신문 외 나머지 절차는 비교적 간소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김 씨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하면서 제20대 대선 당내 경선에 출마한 2021년 8월 서울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인사 3명과 수행원 등에게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를 도 법인카드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 측은 그동안 이 사건과 관련해 전면 '무죄'를 주장해 왔으나 검찰은 지난달 2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이후 재판부는 이달 13일 오후 2시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하루 전인 12일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