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이력서 열람…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아넘긴 20대 '선고유예'

1심 법원 "피고인도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것으로 보여"
"헤드헌팅 회사에 개인정보 제공하는 줄 알고 한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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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20대가 법정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선고유예란 유죄는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으로, 2년 동안 특정조건을 준수하면 형 자체를 면소해주는 판결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단독 박이랑 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20대)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2022년 12월쯤 국내 구인·구직사이트에 기업회원으로 가입한 후 '이력서 열람권'을 구매해 취득한 개인정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개인정보 유통책'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개인정보 1건당 200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구직자들의 이름과 연착처, 주소, 이메일, 학력, 경력 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1350건의 이력서를 열람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제공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제공한 개인정보가 많다"면서 "다만 피고인은 형사처벌이 없는 초범이고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점, 사건 범행 무렵 첫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는데 대학원에 재학 중이어서 별다른 수입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고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도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헤드헌팅 회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인식만 있었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인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많은 지인이 피고인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한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유대관계도 잘 유지되고 있는 점을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판사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B 씨(50대)에게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B 씨는 2022년 3월쯤 A 씨처럼 구인구직 사이트에 기업회원으로 가입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총 26명의 구직자들의 이력서를 열람해 개인정보를 취득하게끔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해 2017년 벌금형, 2018년 집행유예, 2021년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은 범죄 전력뿐 아니라 그 외 범죄로도 4번이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