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 사칭한 40대 보이스피싱 팀장 항소심서 형 늘어

1심 징역 6년→2심 징역 11년…피해자들 속여 75억 편취
중국에 콜센터 둔 조직 가입해 범행…法 "핵심역할 수행"

ⓒ News1 DB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중국에 콜센터 사무실을 두고 은행 직원을 사칭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40대가 항소심에서 형이 더 가중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9형사항소부(부장판사 백대현)는 범죄단체가입·범죄단체 활동·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41)에 대해 원심에서 선고한 징역 6년을 파기하고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2020년 9월경 중국 칭다오시에서 보이스피싱 총책을 만나 범죄단체에 가입할 것을 권유받은 후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팀장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같은 해 11월경 피해자 B 씨에게 전화해 '신한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면서 '국가 정부 지원 자원금으로 대출해 주겠다'고 거짓말했다.

A 씨는 B 씨에게 재차 전화해선 '저축은행 팀장'을 사칭하면서 "저축은행에 대출 건이 있으면서 타 은행과 대출을 진행해 계약을 위반했으니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속였다.

이후 '금융감독원 감독관'을 사칭한 다른 조직원이 "금융법 위반으로 대출되지 않으니 저축은행에 2600만 원을 상환해야 한다"고 B 씨를 속여 2200여만 원을 넘겨받았다.

이런 수법으로 A 씨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러 편취한 금액은 75억 원에 달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편취한 75억 원 가운데 대부분이 전혀 피해를 보상받지 못했다"며 "피고인은 보이스피싱범죄단체에 2번이나 가입해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A 씨가 "2020년 11월쯤엔 단순 조직원을 넘어 한국인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범죄행위를 독려하고 보이스피싱 방법을 지도하는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한 점 등을 미뤄볼 때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A 씨 사건 외에도 중국에 콜센터를 차려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들어 범행한 수건의 사건들이 병합돼 B 씨 등 4명이 재판을 함께 받았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DB) 업자로부터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받아 '저금리로 대출해 주겠다'는 허위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그에 속은 피해자들이 콜센터로 전화하면 휴대전화에 악성코드를 설치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편취금은 '환치기' 수법으로 중국 은행 계좌로 넘어갔고, 조직원들은 역할에 따라 범죄 성공 금액의 7.5~10%가량을 지급 받았다.

이들 일당은 가명을 사용하고, 콜센터 사무실 사진 촬영 금지, 외출시 기존 조직원과 동행, 사적 메신저 또는 전화 금지, 은행거래 금지 등 내부 규율을 정해 운영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B 씨 등 4명도 항소심에서 모두 형이 가중돼 각각 징역 3년 6개월~8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