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코앞인데…" 가마솥더위와 사투 벌이는 생업 현장

경기 31개 시군 전역에 사흘째 '폭염경보'
추석 앞둔 과수 농가는 '일소' 피해 우려도

뜨거운 햇살이 작렬하는 5일 오후 2시 30분쯤 경기 화성시 정남면 제기리에서 1만 3000여㎡(약 4000평) 규모 배 농장을 운영 중인 김경록 씨(63)가 배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2024.8.5/뉴스1 ⓒ News1 김기현 기자

(화성·수원=뉴스1) 김기현 유재규 기자 = "이렇게 폭염이 계속되면 배가 제대로 자랄 수가 없는데… 추석 대목이 한 달여 남은 상황인데, 걱정만 앞서네요."

뜨거운 햇살이 작열하는 5일 오후 2시 30분쯤 경기 화성시 정남면 제기리에서 1만 3000여㎡(약 4000평) 규모 배 농장을 운영 중인 김경록 씨(63)가 전한 말이다.

김 씨는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도 근심 어린 표정으로 연신 배나무를 살펴보는 데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이미 지난 5월부터 각 과실에 봉지를 씌워놓긴 했으나 연일 이어지는 폭염 때문에 '일소'(日燒)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소'란 강렬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된 식물의 잎, 과실, 줄기 등에 이상이 생기는 현상을 일컫는다.

김 씨는 "보통 병충해와 일소 피해를 막기 위해 과실에 미리 봉지를 씌어두는 작업을 한다"며 "하지만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마저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약 10일간 비가 내리지 않고, 더위가 이어질 경우 흙까지 바짝 마를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1년 중 과일 수요가 가장 많은 추석 명절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 씨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그는 "폭염이 길어지면 땅이 말라 배가 갈라지는 등 제대로 크지 않는다"며 "중간에 비가 오면 다행인데, 무더위가 이어지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추석 대목이 이제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9월 초 수확 전까진 배가 제대로 커야 할 텐데, 너무 걱정"이라고도 말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1일 서울의 한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땡볕 아래 근무를 하고 있다. 전국적인 폭염이 절정에 이르면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31일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에 돌입했다. 2024.8.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가을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추'(立秋)를 이틀 앞둔 이날 도내 곳곳에선 '가마솥더위'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한 야외활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후 1시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일원에선 경기도청을 중심으로 하는 융복합 센터 건립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까지 이곳에선 도청을 비롯해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 건물이 완공된 상태다. 경기신용보증재단과 경기도서관 및 광장·보행물 건립 공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 2일부터 '폭염경보'가 내려진 수원지역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기온이 33도, 체감온도는 34도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사 현장 근로자들은 푹푹 찌는 열기를 피해 나무 그늘 밑이나 건물 내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휴식을 취했다.

일부 근로자는 각자 미리 챙겨 온 500mL짜리 얼음 생수통을 목과 이마 등에 번갈아대며 잠시나마 더위를 식혔다.

50대 근로자 A 씨는 "이 일만 10여년 했지만, 여름 때마다 닥치는 더위엔 적응이 안 된다"며 "휴식이 필요한 근로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근로자들끼리 서로 돕는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선 이달 3일 오전 10시 부천까지 도 전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돼 이날까지 사흘째 유지되고 있다. 31개 시군 모두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건 올해 처음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햇볕이 뜨거운 낮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온열질환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