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장기미제' 검거 결정적 단서는? 92.9% 가능성에서 시작
범행 이틀 전 슈퍼마켓 들렀다가 '피해자 깊이 잠든 것' 보고 범행 결심
경찰 "DNA 등 직접 증거 없지만 혐의 입증할 정황 증거 있다"
- 배수아 기자
(시흥=뉴스1) 배수아 기자 = 경찰이 16년만에 붙잡힌 경기 시흥 슈퍼마켓 강도살인 피의자의 '계획 범행' 여부를 놓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8일 경기 시흥경찰서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 A 씨의 검거 경위 등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월 첩보를 받은 경찰은 제보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전담팀을 편성했고, 유력 용의자로 A 씨를 특정했다.
이어 범행 이틀 전 A 씨가 현장에 방문했을 당시 CCTV에 찍힌 얼굴과 A 씨의 연도별 사진을 전문 분석 업체에 의뢰했다.
특히 A 씨의 2006년도 운전면허증 사진과 범행 사진은 92.919%의 동일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또 A 씨가 범행 전후로 인근 도시인 광명, 시흥 등지에서 금융거래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사건 당시 A 씨의 통화내역 분석과 시흥시에 거주한 A씨 지인으로부터의 유력한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A 씨는 경찰에 긴급 체포된 후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참고인들의 구체적 진술과 담당 수사관의 설득끝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직전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A 씨는 범행 이틀 전 새벽, 담배를 구입하러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피해자가 깊이 잠이 든 상태로 불러도 잘 일어나지 못하자 절도를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8년 12월 9일 새벽 4시쯤, A 씨는 과도를 가방에 넣고 복면을 착용한 후 시흥시 정왕동의 슈퍼마켓에 침입해 잠든 피해자 몰래 금고를 열어 현금을 훔치려 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저항하자 피해자를 흉기로 수회 찌르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범행 후 당시 잠시 함께 살던 시흥시 지인의 주거지로 돌아와 피 묻은 옷을 갈아 입고 자신의 차량으로 본가인 경남 마산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범행 당시 입던 옷은 진주의 쓰레기통에 버렸고, 범행에 쓰인 흉기는 평소 낚시하면서 사용했던 과도칼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가 사전에 계획된 범죄인지에 대해 CCTV 분석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피의자가 향후 재판에서 자백을 번복할 경우 혐의 입증이 되냐"는 질문에 경찰은 "범행 당시 지문이나 DNA 등 직접 증거는 없지만 혐의를 입증할만한 정황 증거는 많이 있어서 충분히 혐의를 입증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흥경찰서 조한권 형사과장은 "사건이 오래돼 개인정보 보존 등 문제로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검찰 송치 전까지 여죄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수사하라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지난 2008년 12월 9일 새벽 4시쯤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한 24시간 슈퍼마켓에 침입해 점주 B 씨(당시 40세·남)를 흉기로 살해하고 금품을 털어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A 씨의 범행 장면과 얼굴까지 CCTV에 포착됐지만 신원파악에 실패하면서 해당 사건은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후 첩보를 받은 경찰은 지난 14일 오후 8시쯤 경남 마산의 A 씨 주거지 앞에서 A 씨를 긴급 체포해 시흥서로 압송했다.
검거 당시 경찰은 A 씨의 주거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주거지에 대한 강제수사도 벌였다.
A 씨는 전날 "도주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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