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방화살해' 입증 실패 검찰…'유기치사' 뒤집기 시도했으나 '무죄'

수원지법, 60대 남성에게 '상해' 혐의만 인정
1심 무죄 → 2심 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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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애초 단순 화재 사망 사건으로 판단됐다가 숨진 아내의 부검에서 목뼈 일부가 골절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화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인정됐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상해' 혐의에 대해서만 A 씨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2-1형사부(고법판사 김민기·김종우·박광서)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편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될 것을 대비해 A 씨에게 예비적 공소사실로 '유기치사'(화재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위급한 상태였음을 인지 또는 자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구조행위를 중지 또는 하지 않음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것)혐의를 추가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기본 공소사실이 무죄 또는 일부 무죄가 선고될 것을 대비해 예비적으로 제기하는 공소사실이다.

검찰 입장에선 일종의 보험 같은 제도로, 법원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즉, 불을 지른 행위자가 피고인일 경우와 아내일 경우를 모두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입증이 부족하다"며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더불어 '방화' 혐의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졸라 피해자로 하여금 의식을 잃게 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주택에 불을 놓아 방화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의 무죄 선고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귀가한 후 술에 취해 있던 아내가 자신을 향해 욕설을 하는 등 행패를 부리자 이에 화가 나 아내의 목을 세게 밀쳐 아내에게 상해를 입힌 점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앞서 해당 사건은 애초 단순 화재 사망 사건으로 판단됐다가 숨진 아내의 부검 결과 목뼈 일부가 골절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화 의심으로 남편이 구속됐다.

1심에서 검찰은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 동기로 △2억원의 보험금 △피해자 질 내 다른 남성의 정액 검출 △아내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가족 간 갈등 △사건 당일 부부간 격렬한 몸싸움 △남편의 첫 번째 부인도 2002년 실종돼 현재까지 행방을 알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검찰은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내가 목 골절상을 입고 당시 만취 상태에서 스스로 거실에 방화 후 화장실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또 A 씨가 부부싸움 후 주택 밖으로 나와 개 목줄을 풀어주고 차량을 이동시키는 행위는 화재에 대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A 씨가 불상의 물체를 끌고 집에 다시 진입한 후 주택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2분이 지난 후에 화재 신고를 한 점, 아내 사망을 확인한 상태에서 아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점 등 정황상 A 씨가 방화 살해를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하지만 1심 공판 내내 A씨는 혐의를 줄곧 부인했고,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방화 살해를 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정황 증거만으로는 숨진 아내가 '스스로' 불을 질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내의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아내는 화재로 사망하기 전까지 생존해 있었던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또 아내는 이 사건 이전에도 네 차례에 걸쳐 "자신이 불을 질렀다"며 119에 신고한 전력이 있었다. 이 중 2018년 4월에는 술에 취해 실제로 방화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해 아내가 술에 취해 불 지르는 게 이례적인 행동도 아니라고 봤다.

이어 1심 재판부는 사건 당일 지인에게 "나 죽으면 부의금으로 언니한테 가장 많이 받고 싶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기도 한 점을 들었다.

1심 재판부는 "개의 목줄을 풀어주거나 아내에게 전화한 행위는 실제로 피해자가 불을 지르는 것인지 확인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가 불상의 물체를 가지고 집에 들어갔다는 게 인화성 물질이라는 간접정황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충분하지 못하고, A 씨가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10분이 지나서야 연기가 발생하고 16분이 지나서야 불길이 거세지는 상황이 통상적이지 못하게 느리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