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왜 이래?… "내 기도 받으면 남편 암 낫는다" 수천만원 갈취

3000만원 받아 채무 변제에 써… ATM기 위 지갑 훔치기도
法 "종교 행위 벗어나"… '사기' 혐의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남편이 암에 걸린 신도에게 '목숨 연장 기도'를 권유하며 수천만원을 편취한 50대 여목사가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9단독 장혜정 판사는 사기, 절도 혐의로 기소된 A 씨(55·여)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2022년 4월쯤 피해자 B 씨에게 기도비 명목으로 3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당시 암 말기였던 B 씨 남편에 대한 상담 전화를 받고 "내게 '목숨 연장 기도'를 받은 사람들이 암에서 싹 나았다. 당신 손녀딸에게도 암이 보이고 남편은 죽은 사람처럼 보인다"며 "목숨 연장 기도를 받으면 남편 암이 낫고 영적 청소를 하면 30년 생명이 연장된다"는 말로 금품을 요구했다.

그러자 B 씨도 3차례에 걸쳐 총 3100만원을 A 씨에게 건넸다. 이후 B 씨가 A 씨에게 '2000만원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A 씨는 이미 받은 돈 대부분을 대출 채무 변제에 쓴 뒤였다.

이에 대해 A 씨는 법정에서 "하나님께 기도하면 다 들어주기 때문에 B 씨를 기망한 게 아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가 "종교 행위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를 했다며 '사기' 혐의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절박하고 불안한 상황에 있는 피해자를 기망해 사기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서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3000만원을 변제한 점, 피해자가 법정에서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A 씨는 작년 5월 21일 경기 화성시의 한 은행 ATM기 위에 놓여 있던 10만원 상당의 반지갑을 절도한 혐의로도 기소돼 함께 재판받았다.

A 씨는 이에 대해서도 "주인을 찾아주려고 지갑을 갖고 나왔을 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 씨가 지갑 분실 신고를 하지 않았을뿐더러 피해자 소유 신분증과 카드들을 버리고 현금이 있는 지갑만 계속 갖고 있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