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제지 중 코뼈 골절…용기 있는 경찰에 건넨 '아너박스'
경찰청, 올해 2월 21일부터 '아너박스' 시행
공무 수행 중 훼손된 피복·장비 무상 재보급
- 김기현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정신이상자가 가스밸브를 훼손하고 있어요."
지난 3월 19일 오후 10시 10분쯤 누군가가 다급한 목소리로 112 신고를 접수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장안문지구대 소속 박성민 경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에 입직한 후 현재까지 '8년 11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줄곧 '현장'을 책임진 박 경사는 초동 조치를 신속하게 취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긴급한 순간에 재빠르게 대처해 피해를 막은 셈이다. 혹시 모를 우발 상황에 대비해 정신이상자에 대한 응급 입원 조치도 했다. 응급 입원이란 자·타해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제도다.
문제는 정신이상자의 '돌발행동'이었다.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정신이상자가 갑자기 박 경사의 코를 향해 박치기를 한 것. '베테랑' 박 경사도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결국 박 경사는 코뼈 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받은 뒤 50여 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수원중부서는 9일 박 경사를 '아너박스'(Honor Box) 1호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너박스는 공무 수행 과정에서 훼손된 피복이나 장비를 무상으로 재보급하는 제도다.
현재 경찰은 개인 희망품목 포인트(24만~48만)를 이용해 피복과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 사건을 처리하는 데 사용하다 망가지더라도 개인 희망품목 포인트로 다시 사야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그동안 경찰 내부적으로 '필요 희망품목을 구매하지 못한다' '내부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등의 목소리가 다수 제기돼 왔고, 경찰청은 올해 2월 21일부터 아너박스를 시행했다.
박영대 서장과 이장규 경무과장, 최영민 범죄예방대응과장, 이호용 경찰발전협회장은 이날 장안문지구대를 직접 찾아가 박 경사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
이어 '당신의 용기와 헌신레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아너박스를 전달했다. 또 박 경사를 비롯한 현장 경찰관들을 상대로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박 서장은 "피해 경찰관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끌어 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아너박스 무상 지원이 현장 경찰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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