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죽으라 하지" 쌍방울 대북송금 이화영, 검찰 구형에 분통(종합)
검찰, 이화영 징역 15년·방용철 징역 2년 6개월 구형
검찰 "후진적 정경유착 사례" vs 이화영 "신군부 시절에도 없던 조작"
- 배수아 기자, 김기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김기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1심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한 가운데 이 전 부지사가 "차라리 죽으라고 구형했으면 마음이 더 편할 뻔 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8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더불어 검찰은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쌍방울그룹 방용철 전 부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구형에 앞서 '최종 의견'을 미리 준비한 PPT 형식으로 2시간동안 발표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혐의 별로 구형 사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이 전 부지사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혐의에 대해 "과거 70~80년대 후진적 정경유착의 대표적 케이스"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뇌물과 정치인의 스폰서 관계"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이화영이 쌍방울로부터 뇌물과 정치자금 수수 대가로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지위를 이용해 경기도 배달앱과 전기차 등의 사업 정보를 쌍방울에 제공한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이화영의 범행으로 공무원이 공정하고 청렴하게 직무 수행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는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서도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조선노동당에 제공된 거액 자금은 통치 자금과 다름없고,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자금"이라고 했고,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사회지도층 인사가 그 지위를 이용해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해 북한에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불법 송금하고 중범죄를 은폐해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구형 사유 말미에 이 전 부지사가 재판에 임한 태도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검찰은 재판기록의 무단 유출과 국정원 문건 언론 노출 등을 예로 들면서 "배우자의 회유 협박과 변호인 사임, 진술 번복의 소란 속에서의 2개월간 재판 파행과 재판부의 교체만을 노린 재판부 기피신청까지 (이 전 부지사의) 사법 방해 행위는 중형 선고 이뤄져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은 수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관련자들을 회유하고 있고 사실 관계조차 모르쇠 하거나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모든 범행을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사회지도층에게 최소한의 윤리의식과 반성을 기대했으나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안타깝고 선처의 여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구형 사유를 밝히는 동안 중간중간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과 담소를 나누거나 피식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은 김현철 변호사도 PPT 형식으로 최후변론을 이어갔다.
김 변호사는 먼저 "저는 민주당도 아니고 이재명 지지자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재명의 무죄를 주장한다. 왜냐면 이재명의 무죄가 피고인 이화영의 무죄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이재명을 정치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피고인 이화영을 도구로 삼아 대북 송금 사건을 조작했다"면서 "2019년 쌍방울의 대북송금은 진실이다. 그러나 이화영과 이재명의 대북 송금은 거짓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80년 신군부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처럼 이 사건은 후대에 이화영 대북송금 조작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한민국 법원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의 또 다른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사상 초유의 재판'이라며 '이화영이라 쓰고 이재명이라고 읽어야 하는 건 아닌가'라고 이번 사건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만 3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면서 "이재명을 잡기 위한 '사상 초유'의 재판 지연 당시는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때이다. 역사가 심판할 것이고 언젠가는 재심이 이뤄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부지사는 최후 진술에서 "차라리 죽으라고 구형했으면 더 마음이 편할 뻔 했다"면서 "김성태가 해외도피하다 체포되면서 이재명과 이화영의 존재하지도 않는 대북송금 조작사건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과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야당 지도자에게 이렇게 드러내놓고 심한 조작을 통해 구속시키려 한 건 전두환 노태우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본인이 허위 증언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저와 관련된 사람들을 연행하고 압수수색하고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겪으면서 허위 증언과 허위 진술을 하더라도 이 상황을 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모레가 총선"이라면서 "야당 지도자를 이렇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혹독하게 탄압하는데 검찰이 이제 그만 빠져달라"고 소리높였다.
방 전 부회장 최후 진술에서 "김성태 회장이 귀국하면서 결국 모든걸 숨김없이 밝혀서 진실을 규명하고 제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져야 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수감되기 전 검찰 조사 받을 때 잠시나마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다"며 울였다.
이 전 부지사와 방 전 부회장의 선고는 오는 6월 7일 오후 2시 열린다. 재판부는 "내부 검토에 따라 변론이 재개되거나 선고일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대북경협 지원을 대가로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차량을 제공받아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됐다. 이 전 부지사는 측근을 쌍방울그룹 직원으로 등재해 허위 급여를 받게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이렇게 쌍방울 측으로부터 받은 금액만 3억 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또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2019년 경기도의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이재명 지사 방북비용 300만 달러 등 800만달러를 북한에 전달한 대북송금 사건에도 관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도 기소돼 있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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