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들 '가방 속 몰래 녹음' 법정서 증거 인정… "정서적 아동학대"(종합)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고발당한 특수교사에 벌금 200만원 선고 유예
- 배수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웹툰 '신과 함께'의 작가 주호민씨 아들(10)을 학대한 혐의로 주씨가 고발한 특수교사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주씨 측이 몰래 녹음한 음성파일의 '증거 능력'이 인정됐다. 또 재판부는 해당 특수교사의 발언 중 일부가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했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주씨 측이 고발한 특수교사 A씨(42)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븝)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등 혐의 사건의 선고 공판을 1일 열었다.
이날 법정은 선고 공판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장애 아동 학부모 등 방청객들이 법정 내 좌석을 빽빽이 채웠다. 게다가 주씨가 이 사건 선고를 직접 듣기 위해 법정을 찾아 취재진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크게 2가지였다. 주씨 부인이 피해자인 아들 가방 속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취득한 녹음 파일을 재판부가 증거로 볼 것인지 여부와 해당 파일에 담긴 A씨 발언이 정서적 아동학대로 인정될 것인지였다.
특히 최근 대법원에서 '교사 발언을 몰래 녹음한 기록을 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온 뒤여서 이날 재판은 더 큰 관심을 모았다.
곽 판사는 이날 공판에서 A씨에게 "일부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벌금 200만원에 대한 선고 유예 판결을 했다.
곽 판사는 "위법수집 증거가 있었다"며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는 타인과의 대화에 해당한다는 게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곽 판사는 "(이는) 형법 제20조 정당행위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 모친이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대화를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는 "피해 아동은 4세 때 장애 아동으로 등록됐고 인지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피해자 모습이 평상시와 다르다고 느낀 피해자 모친은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며 "폐쇄회로(CC)TV가 있는 어린이집이나 일반적 초등학교 교실과 달리 (피해자가 다닌) 해당 학급은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녹음 외엔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녹음파일은 충분히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주씨 측이 확보한 음성 파일은 당사자인 A씨 몰래 녹음한 것이긴 하나, 이 사건에선 그와 같은 녹음 행위가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해당하기에 통신비밀보호법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될뿐더러 이를 바탕으로 취득한 2차 증거 또한 모두 증거로 쓸 수 있단 것이다.
곽 판사는 특히 피해 아동이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한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임을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는 지자체가 보호할 대상이고, 학교 수업은 장애인 의무 교육의 일환인 공교육"이라며 "(음성 파일 녹음·공개에 따른) 사생활 침해보다 공익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말했다.
곽 판사는 녹음된 A씨 발언을 '정서적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도 일부 유죄 판결을 내렸다. 공소사실 5개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싫어. 싫어 죽겠어. 정말 싫어"란 A씨 발언의 경우 '너'란 표현이 5회 연속 사용돼 피해자인 주씨 아들이 자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곽 판사는 "녹음된 음성 크기 등에 비춰 보면 감정 이해가 어려운 자폐성 장애아동이라고 해도 정신건강·발달을 저해할 위험과 가능성이 존재했다고 보인다"며 "특수교사로서 전문성을 가진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정서적 학대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곽 판사는 "'너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든 거야' '친구들한테 못 가. 급식 먹지 못해' 등 표현은 혼잣말 형태로 짜증을 내고 불친절한 말투로 보인다"며 "이 정도만으로 피고인에게 학대의 고의가 있거나 (피해자가) 정신건강·발달에 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는 보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곽 판사는 "교사로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피고인이 짜증 섞인 태도로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학대한바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정신 건강 발달에 해를 끼친 게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비교적 성실하게 근무한 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주씨는 취재진이 이날 선고 공판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결국 아동학대로 판결이 나왔는데, 자기 자식이 학대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당연히 부모로선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다"며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고, 이 사건이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들에게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답했다.
주씨는 "특히 이 사건이 장애 부모와 특수교사들 간 대립으로 비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이 둘은 끝까지 협력해 아이들을 키워가야 하는 협력 존재"라며 그보다는 특수학교의 제도적 문제를 지적하며 학교가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교사 선생님이 혼자서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가중된 스트레스가 있었던 걸로 보인다"며 "특수반도 과밀학교여서 제도적 미비함이 겹쳐져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씨는 이날 오후 9시 트위치 생방송을 통해 "이 사건을 인지한 순간부터 모든 일들을 다 얘기하겠다"며 그간 제기돼온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임을 예고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이날 1심 판결에 대해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 측 변호인은 "재판부의 판결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며 "몰래 녹음한 걸 증거로 인정하면 교사와 학생 사이 신뢰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녹음된 A씨 발언이 '정서적 아동학대'로 일부 인정된 데 대해서도 "해당 발언이 아동에게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법에서 정하는 법률적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씨 부인은 앞서 2022년 9월 등교하는 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A씨 수업 과정을 몰래 녹음한 뒤 이 파일 내용을 근거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검찰도 해당 녹음파일 속 A씨 발언을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판단, 같은 해 12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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