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꺼진 파주 용주골 폐쇄 눈앞…남은 업소도 찬바람만 '쌩쌩'
파주 용주골 업소들에 '임대문의' 딱지 다닥다닥 붙여져 있어
파주시 폐쇄 적극 나서…22일엔 법규위반 건축물 강제철거
- 양희문 기자
(파주=뉴스1) 양희문 기자 = 국내 최대 성매매 집결지라는 달갑지 않은 지명도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었다. 붉은 빛을 쏟아내던 거리는 어둠으로 가득했다.
24일 0시께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에 위치한 성매매업소 집결지 '용주골'은 한적함을 넘어 을씨년스러웠다.
차량통행이 용이한 큰 골목에서 몇몇 가게만 영업할 뿐 많은 업소 유리창엔 '임대문의' 딱지가 붙어 있었다.
골목 사이로 들어가면 유리창이 깨지고 슬레이트 패널지붕이 내려앉아 있는, 그야말로 폐허가 된 업소가 수두룩했다. 흐릿한 창 너머로 보이는 TV, 의자, 난로에 수북이 쌓인 먼지는 현재 용주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물론 일부 업소는 폐허가 된 건물들 사이에서 여전히 홍등을 켜고 행인들을 유혹했다. 일부 남성들은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마음에 든 여성이 있는 업소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전국적으로 성매매 집결지가 쇠락의 길을 걷는 상황에서 용주골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거의 끊긴지 오래다.
간혹 2~3명씩 돌아다니는 행인들이 보였지만 용주골 전체는 찬바람만 가득했다. 차량 수십 대는 족히 세워둘 수 있는 주차공간은 텅 비어있었다.
한 건물에 걸린 '성구매, 알선은 범죄'라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이곳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창 너머 여성들은 최근 경찰과 행정당국의 잇단 단속과 제재에 호객행위를 자제하며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남성들이 업소 앞을 지나가도 눈빛만 보낼 뿐 "놀다 가"라는 손짓이나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곳을 생계로 해온 택시기사들도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였다.
고양은 물론 의정부와 서울에서 용주골까지 손님들을 실어 나르느라 정신이 없던 시절은 옛말이 된 지 오래였다. 택시들은 정류장에 줄지어 빨간 '빈차' 표시등을 켠 채 오지 않는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택시기사 A씨는 "10년 전만 해도 전국 각지에서 오던 사람으로 붐볐다"며 "그런데 요즘엔 이곳을 찾는 사람이 없어 한가하다. 어젯밤 단속도 있었는데 그러니까 사람들이 더 안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올해 초 성매매집결지정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파주경찰서와 협력해 용주골 폐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일환으로 지난 22일엔 시청 직원과 용역회사 직원 등 300여명을 동원해 용주골 법규 위반 건축물에 대한 강제철거 작업을 벌였다.
파주시의 적극적인 폐쇄정책으로 용주골은 사실상 폐쇄수순을 밟고 있다.
용주골은 현재 40여개 업소에서 100여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이는 1년 전과 견줘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시 관계자는 "행정집행 외에도 성매매 여성을 위한 정책도 마련했다"며 "대표적인 게 여성 1인당 최대 4420만원을 지원하는 조례안인데, 현재 3명의 여성이 해당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전 폐쇄와 더불어 용주골 여성들이 타지역 성매매 집결지로 이동하는 걸 막기 위해 집결지가 있는 동두천시와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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