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저보다 더 긴장"…대규모 응원전 줄어(종합)

경기 338개 시험장서 일제히 시작…14만6122명 응시
가벼운 포옹 주먹 인사로 격려·응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경기 화성시 나루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입실 전 어머니의 격려를 받고 있다. 2023.11.1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경기=뉴스1) 김평석 이윤희 최대호 배수아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6일 오전 8시40분부터 경기지역 19개 시험지구 338개교(6428실)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교 앞 대규모 응원전 등은 없었다.

임태희 교육감도 도내 수능 시험장을 찾아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수능 진행과정을 점검했다.

제30지구 제24시험장인 경기 수원시 이의고등학교 정문 앞. 대체로 흐린 날씨였지만 이번엔 '수능 한파'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수험생들은 체육복과 가디건 등 비교적 저마다에 알맞는 차림이었다. 시험장에 들어서는 학생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학생들은 가족들의 애정어린 격려를 받으며 들어갔다. 아버지는 수험장 앞에 차를 세우고 조수석에서 내린 딸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긴장하지마"라고 격려하고도 딸이 시험장에 들어간 후 한참동안 뒷모습을 바라보기도 했다. 부모님들은 오후 비 예보를 대비해 자녀들에게 우산과 도시락을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과거 학교 앞 대규모 응원전 등은 사라진 모습이었다. 학교 인근에는 '이겨온 날들 펼쳐질 꿈들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등 정치인 현수막이 펄럭였다.

수능날 분위기가 어떤지 보려고 온 1학년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의고등학교 1학년 김나원 학생과 박시연 학생은 정문 앞에서 선배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미리 수능날 분위기를 체감했다. 박시연 학생은 "선배들이 지금까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잘 풀었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학교 앞 도로에는 경찰과 모범 택시 자원봉사자들이 교통 통제에 나서는 등 수험생의 입실을 도왔다. 25년째 수능날 교통 봉사에 나서고 있다는 모범운전자회 김상덕씨(68)는 예전같지 않은 수능 아침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코로나 이후 응원전은 완전히 사라졌다면서 다들 부모님 차타고 와서 차분히 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제30지구 17시험장인 효원고등학교 역시 과거 교문 앞을 가득 메웠던 선후배들의 '힘찬 응원'은 없었다.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수험생들의 입실이 이어졌다. 한 휴대전화 통신 업체 관계자만이 나와 "핫팩이에요 파이팅!"이라며 수험생들에게 핫팩과 사인펜, 호박엿이 든 꾸러미를 나눠주고 있었다. 정문으로 향하는 학교 담장에는 '그대 여정의 끝 찬란히 빛나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학부모는 "딸 파이팅, 잘할 수 있어"라며 포옹과 하이파이브로 자녀를 응원했다. 이 부모는 "휴대전화에 딸 이름 대신 '미대생'으로 번호를 저장했다"며 "실수 없이 시험에 임해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제44지구 제7시험장인 화성시 동탄 나루고에는 입실시간이 다가오자 늦은 한 수험생이 경찰차를 타고 급히 시험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시계와 도시락을 두고 가서 부모님이 교문 앞에서 선생님들에게 황급히 전달해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16일 오전 7시 40분께 수험생들이 재학생과 학부모의 응원을 받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 경기도교육청 41지구 제4시험장인 용인고등학교 정문을 통과하고 있다.

41지구 제4시험장인 용인특례시 처인구 용인고등학교 정문 앞에서는 학부모와 재학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이 학교 정문 앞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라졌던 수험생 응원 모습이 떠들썩하지는 않았지만 4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이들 재학생과 학부모들은 “수능대박”과 “화이팅”을 외치며 수험생들에게 비닐포장지에 담긴 간식과 핫팩을 건넸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간절한 눈빛으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자녀나 제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학원 강사라고 밝힌 한 남성은 “학생들이 1년을 고생한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 딸을 다른 시험장에 보내고 이곳으로 응원을 왔다는 한 학교 부모회 임원은 “떨린다, 딸이 혹 답을 잘못 표기하지나 않을까, 부정행위로 시험장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별생각이 다 난다”고 했다.

한 수험생은 “전혀 떨리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님이 저보다 더 긴장하신 것 같다, 열심히 준비했다. 좋은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시험장으로 향했다.

선배를 응원하러 왔다는 고1 여학생은 “2년 뒤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떨린다”고 했고 고2 여학생은 “선배들의 기를 받아 내년에 좋은 성적을 얻고 싶어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수험생, 재학생, 학부모, 교사 등 각자의 위치는 달랐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수능대박’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 염려가 뒤섞인 간절함이 묻어있었다.

임태희 교육감도 도교육청 북부청사 상황실을 찾아 수능 진행과정을 점검했다.

이날 경기도에선 338개교(6248실) 시험장에서 14만6122명(재학생 8만8812명, 졸업생 5만1274명, 검정고시 6063명)이 시험을 치른다.

이는 지난해 14만6623명보다 0.3%(501명) 감소한 수준이다. 재학생은 6.9%(6562명) 감소한 반면, 졸업생과 검정고시 출신은 각각 11.1%(5126명), 18.3%(6063명)씩 증가했다.

l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