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 지위·시청사 이전은?" 고양시 '서울편입' 논란 장기화 딜레마

시청사 논란·공공기관 이전에 경자구역 추진도 애매
편입 여부 상관없이 논란 장기화되면 지역발전 “도움 안돼”

일산신도시

(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경기 고양시가 서울 편입과 관련 온라인 공간에서 찬반논쟁이 연일 뜨거운 가운데 편입 성사 여부를 떠나 이번 이슈가 자칫 고양시의 각종 핵심사업들의 방향성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15일 고양시와 지역정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김포시 서울 편입 발언으로 시작된 논란이 보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고양시에서도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의 가장 큰 온라인 공간인 ‘일산아지매’에서는 연일 서울 편입을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 입장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찬성 입장측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경기지역 중 서울 생활권 직장인 최다 거주’, ‘교통망 및 기반시설 확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반대’를 이유로 들고 있다.

반면 반대 입장에 선 시민들은 ‘선거용 정치쇼’, ‘서울시 혐오시설 이전’, ‘재정 축소’, ‘비현실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찬반논쟁 속에 지역정가와 공직사회에서는 이번 논쟁이 최근 몇 년간 고양시가 공들여 온 핵심 사업과 과제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은 민선 8기 가장 큰 논쟁이 되고 있는 ‘시청사 이전’ 관련이다.

올해 초 이동환 시장이 이재준 전 시장이 추진해 온 원당 신청사 건립 대신 백석동 업무빌딩으로 청사를 이전하려는 계획이 당장 서울 편입과 상충되고 있다.

그동안 백석동 시청사 이전을 반대해 온 고양시의회 민주당은 물론 일부 국민의힘 시의원들조차 “어차피 서울 편입되면 시가 쪼개져 현재 구청사만 있으면 되는데 새로운 청사가 왜 필요하냐”는 논리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서울 편입은 편입이고 시청사 이전은 당장 급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수년간 정부와 싸워 얻어낸 인구 100만 특례시에 부여되는 권한도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A 시의원은 “서울로 편입될 경우 100만 이상 인구를 과연 하나의 자치구로 유지해 줄 지도 의문이고, 재정 규모도 축소돼 새로운 사업들도 벌이기 힘들어지는 등 기존 자치권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청사

또한 경기도의 지원사격이 필요한 각종 사업들도 애매해 질 우려가 있다.

우선 경기도 산하기관 이전의 경우 고양시는 △경기문화재단 △경기관광공사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을 유치해 놓고 있지만 서울 편입 논란이 지속될 경우 이전 논의도 함께 지연되거나 아예 재검토될 수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서울시 편입 가능성이 있는 시군에 경기도 산하기관 이전은 말이 안된다. 이번 논란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경우 공공기관 이전계획은 잠정 중단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도의 협조가 필수이자 민선 8기 가장 큰 역점사업인 ‘경제자유구역’ 지정도 고양시의 입장에 따라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고양시는 지난해 11월 경기도로부터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위한 개발계획 용역 대상지’로 선정된 후 올해 용역을 진행, 당장 다음달 용역결과를 토대로 경기도를 통해 산자부에 확대지정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역정가의 민주당 관계자는 “만약 고양시가 서울 편입 방향으로 정책과 시정운영을 선회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면 그동안 특별자치도를 위해 고양시에 주려 했던 혜택들을 유지하겠냐”고 반문했다.

이같는 논란들과 관련, 고양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며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포에서 시작된 논란이 구리와 광명, 하남 등 다른 지자체로 확대되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들 지자체들과 달리 경기북부 정치·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자처해 온 고양시가 갑작스런 서울 편입 이슈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딜레마에 빠진 모양세다.

d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