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직전 재구속 성범죄자 '김근식'…항소심서 '공소권 남용·위법 증거 수집' 주장

검찰, 당초 기소하지 않았다가 '미제 사건'으로 수사
변호인 "16년전 자백했는데 뒤늦게 기소, 공소권 남용"

2006년 미성년자 연쇄성폭행 혐의로 공개수배된 김근식2020.12.13/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17년 전 미성년자 성범죄 범행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만기출소 하루 전 다시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김근식(55)에 대해 검찰이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3-2형사부(김동규·허양윤·원익선)가 심리한 김근식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지난 1일 검찰은 원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13세미만 아동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년을, 공무집행방해와 상습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한 것이다.

김근식은 2006년 5~6월 수도권에서 미성년자 12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징역 15년을 복역했다. 이어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 2012년 8월, 동료 수감자를 상해한 혐의로 징역 4월, 2014년 5월 또 다른 동료 수감자를 상해한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아 총 16년형의 연속 징역형을 받았다.

2022년 10월17일은 김근식의 만기출소 날이었다. 검찰은 김근식의 출소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김근식을 16년 전 인천지역 아동을 강제로 추행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했고 김근식은 또다시 구속됐다.

◇ "재구속 부당" 김근식 구속적부심 신청

김근식은 자신의 구속에 대해 부당함을 주장하며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 구속적부심은 구속에 대한 적법성을 다투며 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2022년 10월 19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구속적부심이 열렸다. 재판부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근식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을 기각했다.

◇ 김근식, 인천 아동 강제 추행 "아니다" 주장…무혐의 처분

'2006년 인천지역 아동 강제추행' 사건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건 2020년 12월, 안양지청이 해남지청으로부터 해당 사건을 넘겨받은 건 2022년 10월이다.

해당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김근식은 "자신이 범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근식은 해당 혐의를 부인했고, 그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만 있었다.

김근식을 구속할 수 있는 기한은 연장을 포함해 20일이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김근식이 해당 사건의 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 당시 피해자가 신고한 범행 시점에 김근식은 수감 중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 안양지청, 미제사건 용의자가 '김근식'…다시 재판행

그러던 중 안양지청은 또다른 미제사건의 용의자가 김근식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2006년 9월 경기도 파주의 한 초등학교 인근 야산에서 13세 미만인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추행한 사건이었다. 안양지청은 아동 성범죄 미제사건 용의자의 유전자와 김근식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언론에 알렸다.

여기에 검찰은 김근식에게 두 가지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2019년과 2021년 교도관을 때려 공무 집행을 방해하고 2017년부터 2년간 재소자들을 상습 폭행했다는 혐의다.

2022년 11월4일 김근식은 재구속됐고 재판에 넘겨져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 김근식 '기소되지 않은 사건→미제 사건'으로 둔갑 주장

또다시 재판에 넘겨진 김근식은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체포 당시 해당 범죄를 이미 자백했다는 것이다. 2006년 5~6월 수도권에서 미성년자 12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김근식은 당시에 피해자가 12명이 아닌 13명이라고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진술도 있었다.

김근식은 자신이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당시 기소되지 않았던 사건이, 갑자기 '미제'사건으로 둔갑했다고 했다. 2006년 당시 기소되지 않았던 13번째 사건은 김근식이 2022년 출소 하루 전 재구속 된 후, 전격적으로 기소됐다.

김근식의 항소심 변호를 맡은 이진우 국선변호인은 "2006년 당시 공소제기를 분명히 할 수 있었는데 '미제 사건'이 된 게 석연치 않다"고 했다. 단순한 검찰의 행정 실수인지 고의로 누락시킨 건 아닌지 의심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양지청은 "2006년 당시 김근식이 13번째 사건에 대해 일부 진술한 부분은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피해장소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피해자의 진술 등을 확보할 수 없었고, 따라서 김근식의 진술만으로 기소할 수 없어 해당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당시 김근식의 연쇄 성범죄를 조사했던 곳은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다. 김근식은 13번째 범죄 사실을 자백했다. 13번째 피해자는 범행 당일인 2006년 9월18일 파주경찰서 교하지구대에 112신고를 했다. 피해자는 파주경찰서에서 피해사실을 진술했다.

당시 인천청 광수대에서 수사한 13번째 사건의 범인인 김근식과 파주서에서 진술한 피해자를 매칭시키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 김근식측 '검찰 수사 기록' 열람 요청에 검찰 거듭 '거부'

김근식측은 항소심 재판에서 2006년 당시 13번째 사건이 미제사건으로 남은 경위를 따져보겠다며 당시 검찰의 '수사기록'을 열람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다.

김근식측은 재차 법원이 직권으로 명령하는 '기록 복사 기록 교부 허용 명령'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허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또 거부했고, 그러는 사이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법원이 허용했는데도 검찰이 거부하면 형사소송법상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해당 사건의 속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계속 거부하자 법원이 안양지청과 수원고검 등에 직접 전화해, 수사기록을 김근식측에게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결국 안양지청은 내부 검토를 통해 당시 수사기록을 김근식측에게 넘겼다.

수사기록을 거부한 것에 대해 안양지청은 "수사기록에 별건의 미제사건 피해자 진술이 다수 있어 열람등사를 불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러는 사이 김근식의 구속만료 시한은 점점 다가왔다. 김근식의 구속만료 시한은 오는 11월17일이다.

재판부는 김근식의 구속만료 시점에 따라 결심 공판 날짜를 잡았으나, 검찰측의 수사기록 제공 거부가 이어지면서 변호인측의 수사기록 열람이 늦어졌다. 재판부는 '특별기일'을 잡고 김근식의 결심 공판을 열기로 했다.

◇ 김근식측 항소심서 '공소권 남용·위법 증거 수집' 주장

이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김근식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주장했다. 이진우 국선 변호사는 "공소제기는 검사의 재량이라지만 이런식으로 기소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소하지 않다가 갑자기 10년이 훨씬 지나서 전격 기소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했다.

변호인은 또 검찰의 '불법 구금'에 따른 '위법 증거 수집' 문제도 지적했다. '2006년 인천지역 아동 강제추행'은 김근식의 범행이 아닌데도 구속영장이 청구돼 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에 불법 구금이라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위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로 기소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 "검사의 힘은 기소하는데 있는 게 아니라 묻어두는 데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인천 성범죄의 용의자가 김근식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범죄경력 조회만 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거 아니냐"며 "범죄 사실이 아닌지를 당시에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일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검사가 업무를 제대로 안 한 거라고밖에 더 되냐"고 했다. 이어 "'검사의 힘은 기소하는데 있는 게 아니라 묻어두는 데 있다'는 말이 있다"면서 "묻어뒀다가 결정적일 때 빵 터뜨리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김근식측 변호인은 "많은 국민들이 김근식이 나오지 않기를 원하지만 변호인으로서는 아무리 나쁜 사람이어도 말도 안 되는 범죄사실로 구속이 된 것에 대해선 말해야 한다"면서 "13건의 성범죄를 다 잘못했다고 자백했는데 12건만 기소하고 한 건은 남겼다가 16년 뒤에 한 건 아닌가"라고 했다.

김근식측은 최후변론에서 "설령 유죄라고 하더라도 특정 강력범죄의 누범이 아니기에 형법상 누범만 적용해달라"면서 "형을 면제해주시거나 형을 선고하더라도 자수한 건에 대해 정상참작해주셔서 감형을 적용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 김근식 항소심 선고 15일 열려

변호인의 '위법 증거 수집'에 대해 검찰은 "구속 후 김근식의 변명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김근식이 현재 재판 중인 아동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확보해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받아 구속기소한 것이므로 위법적으로 수집한 증거로 기소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인천지역 아동강제추행 사건은 김근식의 변명을 수사를 통해 확인하고 증거 및 법리에 따라 구속 취소 후 혐의없음 처분했으므로 검사의 객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김근식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같은 검찰의 입장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선고 기일에는 1심에서 기각된 김근식의 '화학적 거세'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함께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근식에게 13세미만 아동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폭행 혐의는 징역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