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역단위 물 관리의 첫걸음 ‘한강유역물관리종합계획’ 수립

유철상 한강유역물관리위 정책분과위원장(고려대 교수)
유철상 한강유역물관리위 정책분과위원장(고려대 교수)

한강유역의 물관리종합계획이 마련되었다. 국가 물관리기본계획이 확정된 지 2년여가 지났으니 상당히 늦기는 했다. 그러나 한강유역 물관리가 진정한 첫발을 떼게 됐다는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는다.

유역의 물관리종합계획은 당연히 국가의 물관리기본계획과 그 궤를 같이한다. 기본적으로 물관리기본법의 물 관리 12대 기본원칙을 준수하여 마련되었으며, 건전한 물 순환 달성이라는 국가 물 관리의 목표도 유역의 물관리종합계획을 통해 달성될 수 있도록 잘 반영되어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물 안전, 지속가능한 물 확보, 물 환경 개선, 합리적인 물 갈등 조정 등의 문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슈들이다.

유역의 물관리종합계획은 국가 물관리기본계획과는 달리 실천계획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물관리기본법의 12대 기본원칙이 유역에서 구체적으로 달성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서 각각 수행하였던 사업들이 통합 정리되었고, 통합물관리를 위한 새로운 사업들도 제안되었다. 물 갈등 조정을 위한 거버넌스 문제도 중요한 사업들로 제시되어 있다. 각 유역별로 나름의 중요한 현안들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도 확인해 볼 수 있다. 한강 유역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홍수문제는 당면한 과제이다. 작년에는 서울에서 발생한 도시홍수를 보았고, 올해는 남한강 상류에서 발생한 하천홍수를 보았다. 세종시 인근의 지하차도 침수로 인한 참사도 목격하였다. 기후변화로 인해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집중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적절히 배수되지 못한 물은 반지하, 지하차도, 저지대 등의 침수로 이어지고 있다. 물 재해로부터 안전한 사회의 구축이 쉽지 않은 문제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물이용 문제 역시 당면한 큰 문제라는 것이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확인되었다. 사실, 한강유역에는 이 새로운 산업단지에 공급할 물이 없다. 과거 개발시대에 크게 확보해 놓은 댐의 용수는 이제 다 썼다. 방법이 없어, 발전용수로 쓰였던 화천댐의 물을 생공용수로 전환하여 공급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물 사정이 가장 좋은 한강유역에서조차 새로운 산업단지에 공급해 줄 물이 없다니.

수질 개선, 수생태의 건강성 회복이 슬로건을 앞세운 단기간의 사업들로 달성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주요 농업지역에서의 비점오염원이나 축산폐수 문제 등은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하천유지유량도 생태유량의 개념을 적용하여 새롭게 산정, 고시한다는 계획인데, 많은 이해당사자들의 주장이 어떻게 반영될지 궁금하다. 그 사이에서 가동 중단된 지 벌써 20여년이 넘는 대관령의 도암댐도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갈등은 여러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갈등해결은 보기 드문 일이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그 자체로 갈등의 원인이 되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갈등이 발생한다. 물 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은 또 다른 지역, 사람에게는 피해로 다가올 수 있고, 추가의 물 공급 가능하게 하는 사업에도 반대의 의견이 많다.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에는 상하류의 갈등의 골이 깊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 과정은 피해를 보는 사람과 이익을 얻는 사람을 쉽게 바꾸어 놓는 특성도 있다. 갈등 해결이 근본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며, 따라서 그 현명한 해결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강유역 물관리종합계획에는 이러한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할 계획들이 담겨져 있다. 문제는 담겨진 모든 계획의 이행이 보장되지 않으며, 이행에 따른 성과도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속적인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물관리 일원화 이후 처음으로 만들어진 어찌 보면 설익은 계획일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물관리종합계획에 대한 기대를 낮출 수는 없다. 한강 유역 모든 구성원의 관심과 협력을 통해 우리 모두가 그리는 한강유역의 모습을 만들어 가야 한다. <유철상 한강유역물관리위 정책분과위원장·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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