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펠러 꺾인 포천 추락헬기…사고 이틀 만에 모습 드러내
잠수부들 쉴틈없이 물속 왔다갔다하며 끝내 동체 인양 성공
항공철도사고조사위, 떨어진 꼬리날개 찾을 때까지 작업 계속
- 양희문 기자
(포천=뉴스1) 양희문 기자 = "물이 너무 탁해서 시야확보가 아예 안 됐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성공했네요."
5일 낮 1시23분께 경기 포천시 소홀읍 고모리저수지. 잔잔한 수면 위로 추락한 헬기 동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무풍선에 의지한 채 물에 둥둥 떠 있는 동체는 멀리서 봐도 이곳저곳 성한 곳 없을 정도로 파손돼 보였다.
동체가 물에 뜨자 이를 지켜보던 관계당국 관계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동체를 배와 연결한 뒤 저수지 가장자리까지 200m가량 옮긴 뒤 크레인을 이용해 동체를 들어 올려 트럭에 실었다.
차체에 실린 동체는 꼬리날개(후방동체)가 떨어져 나간 데다 프로펠러도 꺾여 있었는데, 사고 당시 충격을 짐작게 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한 인양작업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아침 최저기온이 7도까지 내려간 쌀쌀한 날씨에다 전날 비까지 내리면서 물이 차가운 건 물론 시야확보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체에 고무풍선을 매달아야 하는 임무를 받은 잠수부들은 20여분간의 첫 잠수를 마치고 물가로 올라왔는데, "춥다 추워"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 잠수부는 "모래하고 나뭇잎으로 뒤섞여서 하나도 안 보인다"고 토로하며 흥건히 젖은 잠수복을 벗었다.
이들은 점심도 거른 채 저수지 안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작업을 이어갔고, 6시간30여분 만에 동체 인양에 성공했다.
관계당국 직원들도 잠수부들이 힘들게 작업하는 모습이 미안했는지 믹스 커피 한 잔으로 요기를 때웠다.
현장에는 사고헬기 업체인 홍익항공 관계자도 있었는데 저수지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사고가 난 부분에 대해선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는 국토부에서 하는 거라 뭐라 할 얘기가 없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동체를 시험분석센터로 이동시켜 동체 분석과 당시 무전 내용을 통해 사고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꼬리날개는 잠수부들이 수색 중이다. 당국은 꼬리날개를 찾을 때까지 인양작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잠수부들이 식사도 못하고 계속해서 작업하고 있다"며 "후방동체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인양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3일 오전 11시9분께 포천시 소홀읍 고모리저수지에서 민간헬기 1대가 산불진화에 사용할 물을 저수지 등에서 수집하는 담수작업 테스트를 위해 홀로 비행하다 사고가 났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4시간 뒤인 오후 3시께 추락헬기 기체 내부에서 기장 A씨(67)를 발견했지만, 그는 숨진 상태였다.
당초 A씨는 동승자와 함께 담수 작업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단독으로 비행한 이유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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