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명 사망·1명 실종, '물폭탄' 고성 주민대피령…카눈, 전국 강타
항공편 이틀째 차질 빚고, 여객선 운항 전면 취소
강릉 '300㎜ 물폭탄' 주민대피…남부 영향권 벗어나
- 양희문 기자, 윤왕근 기자, 이종재 기자, 남승렬 기자, 노경민 기자, 강미영 기자, 이승현 기자, 전원 기자, 이수민 기자, 권영지 기자, 고동명 기자, 조아서 기자, 박상아 기자, 김종서 기자, 조민주 기자
(전국종합=뉴스1) 양희문 윤왕근 이종재 남승렬 노경민 강미영 이승현 전원 이수민 권영지 고동명 조아서 박상아 김종서 조민주 기자 =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강풍과 비구름을 몰고 북상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카눈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불어난 하천 물에 실종되거나 도로가 침수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항공편도 이틀째 차질을 빚으면서 이용객들은 공항에 발이 묶였고, 여객선 운항도 전면 취소돼 뱃길도 막혔다.
다만 제주와 남부지방의 경우 카눈의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며 일상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오후 3시 기준 대구에 위치해 있는 카눈은 점차 북상해 오후 9시께엔 수도권 전역을 영향권 아래에 놓을 전망이다. 이에 지자체들은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어난 물에 실종·사망·고립 등 사고 속출
카눈의 영향을 받은 대구에선 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낮 12시33분께 대구 군위군 효령면 불로리 하천에서 A씨(67)가 숨진 채 떠있는 것을 소방대원이 발견했다. 소방당국은 다른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중 A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1시45분께는 대구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던 B씨가 도랑에 빠져 실종됐다. 현장에서는 B씨의 휠체어만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은 저수지(상원지) 일대에 인력 100여명과 장비 9대 등을 투입해 B씨를 찾고 있다.
경북에서는 침수 등으로 모두 16명이 고립됐다가 무사히 구조됐다. 오전 9시52분께 영천시 고경면 용전리의 공장이 하천 범람으로 침수돼 5명이 고립됐다. 공장 주변 마을 주민들은 현재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상태다.
경주와 경산에서도 지하차도 침수로 고립된 운전자 2명이 구조됐으며, 청덕군에선 축사 인근에 있던 주민 1명이 범람한 물에 고립됐다. 영덕군 축산면에서도 주민 1명이 하천 범람으로 고립됐다가 구출됐다.
부산에서는 유리창이 깨지거나 외벽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 노후된 건물의 유리창이 깨졌으며, 한 건물 외벽에는 간판이 바람에 휘날렸다. 송도해상케이블카 건물도 거센 바람에 외벽이 떨어져 나갔다.
전남에서는 주택 지붕이 붕괴되는 등 인명과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순천시 주암면 호남고속도로 주암휴게소 인근 졸음쉼터에서는 오전 9시29분께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전복됐다. 곡성군 곡성읍 학정리에선 오전 8시46분께 주택 지붕이 무너지면서 1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화순군 화순읍 향정리에서는 건물 간판이 추락했고, 여수시 미평동 주택가에서는 창틀이 떨어지기도 했다. 곳곳에서 도로가 침수되거나 토사 낙석, 나무 쓰러짐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강릉 300㎜ 물폭탄'…하천 범람에 주민들 긴급 대피
강원 동해안을 중심으로 3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하천 범람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강릉시의 경우 이날 낮 12시13분께 강동면 정동리 정동진천이 범람했다. 인근 주민 수십 명은 썬크루즈호텔 연회장으로 대피했다.
비슷한 시간 인근 군선강도 수위가 상승해 범람 우려가 커지자 강릉시는 주민들을 강동종합복지회관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또 옥계면 인근 주택 인근 주택 4채가 침수 피해를 입어 당국이 조치 중이다.
속초와 고성에는 시간당 90㎜가 넘는 기록적 비가 내렸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5분 속초지역엔 1시간 동안 91.3㎜의 폭우가 쏟아졌다. 동해안 최북단 고성 역시 87.5㎜의 1시간 강수량을 보였다.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속초 지역 하천은 범람 위기 상태다. 속초시는 강현면 중복리 복골천, 현북면 광전천이 범람할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대피를 당부했다.
고성군도 산사태와 침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지역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이에 따라 고성지역 주민들은 아야진초, 인흥초, 동광고, 간성생활체육관 등으로 대피하고 있다.
대구에도 하천 범람 피해가 발생했다. 대구 군위군 효령면 일대 남천 수위가 오르면서 일부 구간이 범람, 차량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 200여명은 효령초 등으로 대피한 상태다.
경북 구미시도 10일 낮 12시55분께 오태2동 주민들에게 대피 행정명령을 내렸다. 오태천의 수위가 계속 높아지면서 범람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시는 안전문자를 보내 "오태2동 주민들은 오태2동 마을회관이나 묘곡 경로당으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구미시는 전날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96.5㎜의 비가 쏟아졌다.
◇물에 잠긴 학교 운동장…휴업 등 학사일정 조정
카눈이 한반도를 강타한 가운데 학교에서도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오후 1시께 강원 삼척 한 중학교에선 운동장이 침수됐다. 비슷한 시각 강릉 한 초교에서도 운동장이 물에 잠겼다. 동해의 한 고등학교에선 교무실에 10㎝ 정도의 빗물이 들어차는 피해가 났다.
앞서 교육당국도 학생들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전국 유·초·중·고교 1579개교의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현재 2학기 학사일정을 시작한 학교는 전국 3333개교이며 이 가운데 47.4%인 1579개교가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나머지 1754개교는 정상수업을 진행했다.
시·도별로 부산(242개교)과 경북(243개교) 울산(118개교)은 2학기 학사일정을 시작한 학교 전부가 이날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경남 318개교(99.7%) 충북 98개교(98.0%) 대구 201개교(98.0%)도 대부분 휴업, 원격수업 등을 실시했다.
이밖에 △서울 42개교(13.3%) △인천 57개교(23.3%) △광주 28개교(17.1%) △대전 38개교(22.9%) △세종 1개교(50.0%) △경기 111개교(13.8%) △강원 31개교(21.7%) △충남 3개교(3.1%) △전북 15개교(29.4%) △전남 14개교(17.1%) △제주 19개교(54.3%)가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항공기 운항 재개 등 남부지방 일상회복 조짐
제주와 남부지방의 경우 카눈의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며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카눈의 영향으로 이틀간 차질을 빚던 제주기점 항공편이 10일 낮부터 점차 재개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제주 국제공항에서 국내선 도착 42편·출발 31편 등 73편이 운항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일부 항공편이 운항되다가 오후 1시부터는 대한항공이 광주, 김포, 김해발 항공기를 띄었다. 대한항공 등은 체류객을 수송하기 위해 도착 3편, 추발 6편 등 특별기를 투입했다.
열차 운행도 재개됐다. 카눈이 북상하면서 운행을 중지했던 동해선(부전~태화강)이 이날 오후 4시부터 운행을 다시 시작했다. 앞서 부산도시철도 1~4호선 지상구간 운행과 김해경전철 운행도 이날 낮 12시 재개됐다.
오후 3시 호남선 광주송정~목포 구간을 시작으로 일반열차 운행도 순차적으로 재개되고 있다. 경부선 동대구~부산 및 동대구~포항, 전라선 익산~여수엑스포 구간은 오후 5시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다만 경전선, 태백선, 경북선, 영동선 동해~강릉 구간은 운행 중단을 유지된다.
카눈이 지나간 경남 통영은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지만 큰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통영시는 오전 9시30분을 기해 통영대교, 충무교, 사랑대교의 차량통행 제한을 해제했고, 같은 시간 시내버스 운행도 재개했다.
태풍이 지나간 정오께는 바람이 멎고 비가 그치면서 동호항에 피항 중이던 선박들은 하나 둘 밧줄을 풀고 출항을 시작했다. 피해를 우려해 문을 굳게 잠근 상가들도 가게 문을 열고 영업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한 상가 업주는 음식물 수거통과 가게 시설물에 쌓아둔 모래주머니를 치우고 있었고 가게 앞 가판대를 펼쳤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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