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은 아들을 살인했다. 폭행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 적용해야”(종합)

지팡이 짚고 증인 출석한 피해자 父, 재판부에 ‘엄벌 호소’
피해자 母는 알코올중독, 아내는 어린 남매 홀로 양육

지난해 8월 경기 의정부시 민락2지구 광장에서 30대 남성을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10대 남성들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이 열린 23일 법원 앞에서 만난 피해자 아버지. /양희문 기자

(의정부=뉴스1) 이상휼 양희문 기자 = “그들은 살인을 했다. 폭행치사가 아니라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

23일 백발에 지팡이를 짚고 의정부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10대 피고인들을 향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지난해 8월 경기 의정부시 민락2지구 광장에서 10대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집단구타 당한 뒤 숨진 30대 남성 B씨의 아버지다.

가해자인 10대 C·D군은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E·F군은 공동상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상태다.

이날 검사의 증인신문에서 A씨는 사고 직후의 처참한 상황을 떠올려야 했다. 그는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이미 숨진 상태나 다름없었다. 왼쪽 광대뼈가 함몰돼 얼굴이 부어 있었고, 목 뒤쪽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고 그날의 기억을 어렵게 떠올렸다.

이어 “의사는 편하게 보내주자고 했는데, 가족들은 기적을 바라며 기다리다가 결국 다음날 오후 2시47분에 하늘로 보내줬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아내(숨진 30대 피해자의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가 됐고, 며느리는 어린 아들과 딸을 홀로 키워야 하는 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을 엄벌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싸움이 40분가량 진행됐다. 아들이 너무 맞으니까 그 자리에서 ‘너희 하지 마. 그만해’ 계속 외쳤다고 한다. 가해자들은 충분히 폭행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그런데도 아랑곳 않고 폭행은 이어졌고, 결국 죽게 만들었다. 명백한 살인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고인 측 변호인은 계속 아들한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피고인 4명과 기소 안 된 학생 2명 전원을 살인으로 공소 변경을 검토해줄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피고인들의 지인들로 보이는 10~20대 남성 여러 명이 이날 재판이 열리는 법정 바깥에서 우루루 몰려 피고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피고인들은 기소된 후 반성문을 한번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고인들은 지난해 8월4일 오후 10시40분께 30대 남성 B씨를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쓰러진 B씨는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들에 대한 첫 재판은 지난 6월 열렸으며, 당시 피해자 B씨의 사망 원인인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을 둘러싸고 피고인 측 변호인과 증인(부검의)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증인을 상대로 B씨의 사인인 외상성 지주막하 출별의 발생 원인이 피고인들의 직접적 폭행이라기보다는 ‘쓰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취지의 변론을 펼쳤다.

이에 대해 부검의는 “의료기록과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부검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행위가 머리 손상에 따른 사망의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했다”며 “피해자는 맞고 나서 정상적 자세와 행동을 취하지 못한 채 목이 꺾인 상태로 1분 이내로 쓰러졌는데, 이는 뇌손상이며 사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부검의는 “사망의 본질적 원인은 충격의 강도가 아니라 충격의 영향이다”고 강조했다.

10대 피고인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10월6일 열린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