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부딪힌 고교생 64회 찔러 살해한 20대 '징역 16년형'에 불복 항소

검찰도 "형이 가볍다"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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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어깨를 부딪혀 시비가 일었던 고등학교 3학년생을 쫓아가 흉기로 64회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살인)로 징역 16년을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원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도 형이 가볍다면서 항소했다.

지난 7월 19일 의정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유석철)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씨(20)에 대해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또한 범행에 사용된 흉기 2점을 압수했다.

이씨는 지난 2월1일 오후 11시15분께 동두천시 지행동의 상가건물에서 흉기로 고교 졸업을 앞둔 학생 A군(18)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범행에 앞서 이씨는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A군 일행과 어깨를 부딪혔고, 이어 편의점에서 나오다가 또 A군 일행과 어깨를 부딪혔다.

이로 인해 이씨는 A군의 일행 4명과 시비를 벌였다. 몸싸움이 벌어지자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이씨는 파출소에서 '나는 폭행 피해자다'고 주장한 뒤 훈방조치됐다.

귀가한 이씨는 복수하겠다고 마음 먹고, 흉기를 소지한 채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얼굴을 가린 뒤 다시 시비가 일었던 장소로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A군 일행의 위치 등을 수소문하자 지인이 "꼭 그래야만 하냐"고 만류했지만 이씨는 "괜찮다"면서 범행에 나섰다.

A군을 발견한 이씨는 "내가 누군지 기억 나냐"고 말하면서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A군이 넘어지자 그 위에 올라타 수십회 찔러 숨지게 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A군 일행한테 폭행 당한 것이 분해서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며 구속기소된 후 총 88회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피고인은 고교생인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집에 가서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했고 이어 시비가 일었던 장소로 다시 찾아가 흉기로 64회나 찔러 살해하는 등 범행수법이 매우 잔혹하다"면서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할 필요가 상당하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및 그 일행한테 폭행 당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극단적 행동을 취한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유족의 피해회복을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유족도 엄벌을 탄원하며, 죄책에 상응하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가 일행들과 피고인을 폭행하는 등 범행을 초래한 측면이 있는 점,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점, 이 사건 이전에 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은 2018년 10월 벌어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비슷한 유형의 범행으로 법조계에 주목을 받았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범인 김성수(당시 29세)는 PC방 알바생 B씨(당시 20세)와 말다툼한 뒤 집에 가서 흉기를 들고 쫓아가 B씨를 80여회 찔러 숨지게 했다. 김성수는 징역 30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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