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은 '싫다'·지자체는 '괜찮다'…곳곳서 물류시설 건립 민-관 갈등

남양주·의정부·양주 등 곳곳서 주민들 '감사 청구'
"사업자 이득 주려 주민 삶의 질 저하시키냐" 반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 모습 2021.6.17/뉴스1 ⓒ News1 (DB)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경기북부 주거밀집지역 일대 곳곳에서 대형 물류시설(센터·창고) 건설이 추진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코로나19 상황 지속으로 온라인 거래와 택배 등이 활발해지면서 전국적으로 물류시설들이 난립하는 추세며, 경기남부의 대형 물류시설에서는 화재와 사고가 빈번이 일어나 '위험한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물류시설을 오가는 대형 차량들로 인한 교통체증과 사고 우려에 대해 물류시설 측과 시 행정당국은 "대부분 새벽에 움직이기 때문에 별 탈 없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이다.

그러나 인천지역에서는 물류시설을 오고가는 대형 화물차량이 새벽 운송에 늦어지자 과속, 무단 우회전 등 부주의 운전으로 등하교하던 어린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대형 물류시설을 지칭하는 용어를 두고도 '물류창고'냐, '물류센터'냐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물류센터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용어이지만 업계에서는 널리 통용되는 편이다.

한 물류시설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법적으로 물류센터 허가를 신청한 바 없는데, 우리가 물류센터를 건립 추진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안 된다"면서 용어사용 관련 법적 대응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양주시 별내, 의정부시 고산·민락, 양주시 옥정·덕정 일대에서 각각 물류시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주거지 인근에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저마다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단체 행동을 진행 중이다.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안전지대로 대피하고 있다. 2021.6.17/뉴스1 ⓒ News1 (DB)

◇ 남양주 별내 '높이 80m 넘는 초고층 물류시설', 주민들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남양주시는 별내에서는 아파트 30층과 맞먹는 높이의 대형 물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는 지난해 5월 별내동 798번지 일대 창고시설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준 바 있다.

물류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A사는 지난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별내동 일대 토지 약 1만5000평을 매입했으며 이중 8000여평에 최신식 물류시설을 짓겠다는 방침이다.

'별내동 물류센터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단순 창고로 허가 난 줄 알았는데 언론보도를 통해 '대형 물류센터'가 우리 동네에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해당 물류시설을 통해 대형 화물차들이 다수 진출입할 것이다. 이 일대는 쓰레기자동집하시설이 위치해 있고, 4호선 별가람역이 개통됐는데 물류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엄청난 교통체증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다소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전국 각지에서 물류시설(물류창고 또는 물류센터 등) 건립사업을 진행한 바 있고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교통체증 문제는 주민들의 우려 수준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며 감사원은 시를 상대로 감사를 진행했다.

조광한 시장은 시 관계부서에 해당 물류시설에 대한 '건축허가 취소' 검토를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주시 별내동 물류시설 건축공사 현장 주변 모습 ⓒ 뉴스1 (DB)

◇ 의정부 신도시 일대 주민과 시의원들 "결사 반대"

의정부시에도 대형 물류시설이 들어오기로 예정돼 고산·민락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주거지로부터 약 60m, 학교로부터 200m 이내에 물류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주민들은 "주거 밀집지역 인근에 어째서 대형 물류시설 건립을 추진하느냐"면서 결사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동근 넥스트시티 포럼 대표(국민의힘 의정부시 갑 당협위원장)는 "과도한 민간사업자의 이득이 예상된다. 주민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득을 주는 것을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나타냈다.

시의회에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 임호석 시의원은 "고산동 일대 복합문화융합단지 내 물류단지 조성 추진은 전철 유치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고산동 복합문화융합단지에 물류단지를 추진할 경우 과연 8호선의 B/C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왜 의정부시의 미래비전은 거대한 물류도시가 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별 결과물 없이 10년 가까이 진행된 복합문화융합단지사업에 대한 미분양 땡처리를 위해 의정부시에 어울리지도 않는 물류단지를 유치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임 의원은 지난달 11일 열린 의정부시의회 제31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주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최대 7% 가량 하락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남양주, 용인, 경남 김해, 전북 김제 등 전국 각지에서 지역민들이 피해호소를 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 큰 규모가 의정부시에 건립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병용 시장은 "스마트 물류센터가 고산동 복합문화융합단지 내에 건립되면 단지 내에 유치 예정인 문화 컨텐츠 제작 산업이 필요로 하는 각종 특수 장비의 보관 장소로 활용되는 등 기업의 배후시설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시장은 "고산동과 민락동 주민들을 만나면 '땅과 아파트를 팔지 말라'고 당부한다. 왜냐하면 경기북부에서 제일 부자동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복합문화단지 내에 기반 인프라가 되는 첨단 물류센터가 들어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부자동네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세력들이 물류창고에 대한 부정적인 것만 내세워 선동하니 주민들이 불안해하지만 시장인 나를 믿고 안심하라"고 덧붙였다.

양주시 옥정신도시 일대에 들어설 예정인 대형 물류시설 위치 (사진=양주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뉴스1

◇ 양주 신도시 중심 '대형 물류시설' 반대…주민들 '감사청구 추진'

양주시 옥정신도시와 덕정지구 중심부에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5월 민간사업자가 고암동 593-1번지에 창고시설 신축을 위한 허가를 신청했으며, 시는 그 해 9월 허가 처리했다. 착공신고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

민간사업자는 아울러 바로 옆의 고암동 592-1에도 물류시설을 짓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보다 초대형 규모의 물류시설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과 아파트단지 입주예정자들은 패닉 상태다.

심지어 '분양 사기 아니냐'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입주예정자들은 "이렇게 큰 물류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숨기고 분양을 강행한 건설사들은 분양 홍보를 사기 친 거나 마찬가지"라며 "신도시 중심구역에 대형 물류시설을 건립을 계획한 LH와 양주시 모두 각성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일부 주민들은 양주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허가를 내준 양주시청 옆에 대형 물류시설을 옮겨 건립하라"면서 "대다수 양주시 공무원들은 양주에 거주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지역발전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부족한 기계적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가 허가를 내준 물류시설 건립 예정지여근 옥정·회천신도시와 덕정지구를 잇는 요충지역으로 국도3호선 대체우회도로, 구리포천고속도로 양주IC 등 경기북부 주요도로의 길목에 위치해 있다.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이어서 평소에도 출퇴근 시간에 교통체증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향후 대형 물류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교통혼잡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주변에 특수학교, 옥정생태숲공원 등이 위치했으며 훌륭한 자연환경으로 산책하는 시민들이 많은데 물류시설이 들어오면 소음 등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민들은 "신도시 일대 물류시설(창고)이 들어서면 대형화물차량이 상시 오가며 예기치 못할 사고 우려가 높아지는 등 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끼칠 것"이라며 '허가 취소'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주민들은 상급기관 감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감사청구서에서 주민들은 "물류센터 신축 에정지 인근에 다수의 공동주택단지가 위치해 있어 소음·분진·교통량 증가·불법주차 등이 야기돼 주민들의 건강·생활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류센터 신축 예정지 인근에 특수학교인 도담학교가 있고, 치매노인 요양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며 특별히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며 "물류센터로 인해 화물차 등의 차량 통행량이 증가할 경우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포함된 양주 회암사지 소재 문화재 보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물류센터 사업부지 반경 2㎞ 이내에는 덕정지구와 옥정신도시에 위치한 약 20개의 공동주택 단지가 존재한다"며 "대형 의료기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차량 배기가스 발생이 심한 곳 인근에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2배 가량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LH가 신도시를 조성할 때 도시지원시설 용지로 지정했고 매각한 땅이다"면서 "정상적 절차를 거쳐 허가를 신청하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2021.6.20/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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