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직원 땅투기 의혹 한 달' 광명·시흥지구 다시 가봤더니…

원주민들 '부동산 투기사범 집중 몰린 곳' 오명이 씌일까 걱정만
중개업소 관계자 "'투자'라는 말만 되풀이 했던 매매자 기억나"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 부착된 개발구역에 대한 행위제한 알림 표지판.ⓒ 뉴스1 유재규 기자

(광명·시흥=뉴스1) 유재규 기자 = "이곳이 '부동산 투기사범이 집중 몰린 곳'이라는 오명이 씌일까 걱정입니다."

경기 광명지역과 시흥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 땅투기 의혹사건이 한달여 지난 지금, 이같은 근심섞인 어조로 푸념하듯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쏘아올린 LH직원 땅투기 의혹사건이 한달여 정도 지난 시점에 취재진이 이곳을 다시 방문했을 때는 격정적이었던 지난 3월 초때와 다른 분위기였다.

적게는 10여년부터 많게는 한평생을 자신의 고장인 광명, 시흥지역에 거주했던 주민들인 만큼 이번 사태를 개탄스러워 하면서도 안타까워 했다.

광명시 학온동에 거주하는 A씨(67)는 "사전정보를 모르고 땅을 구입한 사람들은 로또 당첨자만큼 드문 경우일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광명지역을 땅투기 사범들의 집합도시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땅을 구입한 것에 벗어나 거기에 묘목을 심고 하는 행위에 더욱 화가 치밀 뿐"이라며 "50년 넘도록 이곳에 거주했다. 광명이라고 하면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광명동굴'도 있는데 엉뚱한 이름으로 광명지역이 각인될까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시흥시 물왕동 물왕저수지를 산책하고 있는 노부부 역시, 안타까운 심정은 마찬가지였다.

B씨(71)는 "서울에 거주하는 아들내외나 친구들을 가끔씩 만나면 나도 모르는데 'LH직원 땅투기한 곳이 어디냐'부터 묻곤 했다"며 "이 말이 그때는 인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시흥은 아름다운 연꽃으로 유명한 지역인데 이와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붙여지는 아닌지는…"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부인 C씨도 "남들 다 갖는 땅 한평, 나는 없는데 그것을 보면서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며 "오랜 시간이 흘러도 시흥이라는 지역을 누군가 들으면 100명 중 1~2명은 무조건 'LH직원 땅투기 의혹사건 중심지역'이라고 말하겠죠?"라면서 실소했다.

부동산 업계도 아직 이번 사태가 끝나지 않았지만 시끌했던 지난달과 달리, 다소 잠잠해진 분위기 속에서 2018~2020년 당시를 다시 한 번 회상했다고 했다.

광명시흥지구 일대의 부지와 공장 등을 매매·매수하는 한 공인중개사 업계 관계자 D씨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2~3년 전, 거래가 활발 했었다"며 "20년 동안 이 지역에서 부동산 일을 종사하면서 농지거래는 거의 없었는데 이곳을 사려고 했던 매매자가 '맹추'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 시흥 과림동 소재 농지에 보상 목적의 묘목이 심어져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3기 신도시 발표 전, 광명시흥지구는 이미 특별관리지역으로서 개발자체가 제한된 곳이라 매매를 해도 이득이 없다는 것이 D씨의 설명이다.

D씨는 "솔직히 매매·매수 일을 하면서 저도 수수료를 받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개발자체가 안되는 곳을 사려고 하는 것에 대해 당시 매수자에게 갖가지 설명을 해줬다"면서 "하지만 그 매수자는 계속 '투자'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왜 이곳을 고집해서 땅을 사려고 했는지 당시는 몰랐는데 이제야 이해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론사들이 한때 많이 몰려들어 업무까지 마비될 정도였다. 비록 좋은 일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안타까운 사태다"며 "이후로 제가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 돌리면서 '누가 LH직원이랑 거래했냐'라고 통화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월2일 민변과 참여연대는 3기 신도시 예정지 발표 전, LH와 국토교통부 일부 관계자가 100억원대 달하는 광명시흥지구 일대 사전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10일 경기 광명 노온사동의 광명시 공무원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토지에 텅 빈 비닐하우스가 설치돼 있다.ⓒ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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