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군수자리가 뭐길래"…전남 화순군에서 4번째 군수 구속 왜?
화순군 대표브랜드.© News1
</figure>홍이식 전남 화순군수가 지난 6일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로 구속 수감되면서 ‘화순군수’ 자리가 또 한번 전국적인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홍 군수가 최종 군수직을 상실할 경우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10여년간 총 4명의 군수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사에 있어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군수 비리로 지금까지 3차례 재·보선을 치르느라 지칠대로 지친 지역민들은 홍 군수의 구속 이후 “창피해서 못살겠다”며 노골적으로 탄식을 털어놓을 정도로 민심이 싸늘하게 변해가고 있다.
화성군에서는 이미 ‘부부 군수’, ‘형제 군수’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희대의 선거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구 7만명이 채 못되는 작은 시골에서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 민선시대 출범과 함께 한 '군수 잔혹사'
화순 군수의 불명예 기록은 민선시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군수직를 겨냥한 각종 송사가 끊이지 않았고 대리출마가 횡행하면서 지역사회는 갈등과 대립으로 양분되기 일쑤였다.
민선 1, 2기(1995~2002년)를 지낸 임흥락 군수는 지난 1998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뒤 최종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아 군수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년 가량 송사에 시달려 정상적인 행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2002년 6월 제3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화순탄광 노조위원장 출신인 임호경 군수는 취임 한 달도 안 돼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후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 받아 2004년 1월 군수직을 잃었다.
이어 임 전 군수의 아내 이영남 전 군수가 그해 6월 보궐선거를 통해 군수가 되면서 ‘부부 군수’로 화제를 모았다. 이 군수는 송사에는 직접 휘말리지 않았지만 각종 의혹과 투서 등 유언비어로 감사원과 검찰, 경찰의 주목을 받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군수는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전형준 군수와의 대결에서 패해 재선에 실패했다. 하지만 전 군수 역시 취임 한 달 만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취임 80여일만에 군수직을 사임했고, 이어 10월에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전 군수의 동생 전완준 군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돼 ‘형제 군수’로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전 군수는 2010년 4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자 옥중 출마를 강행해 그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3대 군수를 지낸 임 군수와 격돌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또한 8개월만인 지난해 2월 끝내 군수직을 잃어 형제가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렇듯 형제와 부부까지 동원된 두 집안간 ‘군수 쟁탈전’이 1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반목과 갈등이 깊어졌고 지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 무관심도 덩달아 커져만 갔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은 '지난 10년의 임-전 군수가(家)의 악연‘에 종지부를 찍고 화합과 소통을 최우선의 기치로 내걸고 지난해 4월 재선거에서 당선된 홍 군수마저 취임 1년8개월만에 낙마위기에 처하자 씁쓰레하고 있다.
◇작은 시골 군수자리가 뭐길래...
지역 정가에서는 군수직을 둘러싼 각종 송사와 구속의 악순환의 원인으로 지자체를 좌지우지하는 토호(土豪)세력에서 찾고 있다. 수십 년 이상 정치 환경을 지배하며 온갖 인과관계로 얽힌 지역에서 경제력을 갖춘 토호들에 의해 여론 장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화순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난 10여년간 정치적 앙숙인 두 집안도 지역에서는 내로라하는 토호세력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하는 화순군 한 공무원은 “지난 10여년간 군수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쳐온 두 집안을 둘러싼 각종 관계가 면 단위 뿐만 아니라 마을단위까지 곳곳에 겹쳐 있다”면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지역민, 특히 공무원은 화순과는 전혀 연고가 없는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비록 홍이식 현 군수가 두 집안의 싸움을 종식시켰다고는 하지만 당시 선거과정에서 한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면서 "결국 두 집안간 대리전의 연장선상에 다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주·정차단속에서부터, 주변 식당의 위생단속, 각종 인허가 권한까지 쥐고 있는 군수 자리는 결코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선거에서 패할 경우 각종 투서와 고발, 고소로 물고 늘어져 송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지방의원은 “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이 가진 각종 권한은 3880여개로 상급단체인 광역시장이나 도지사 권한인 3720여개보다 160여개가 더 많다는 통계도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자존심을 건 두 집안의 싸움은 대리전까지 동원돼 좀체 끝날줄 모르는 양상으로 전개되곤 한다”고 말했다.
◇'앙숙' 두 집안싸움에 지역민은 깊은 상처
이처럼 유별난 화순 군수 자리를 둘러싼 갈등과 반목의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002년 이후 5차례, 총 2년 가까이 부군수 권한대행체제가 지속되면서 군 행정은 파행이 불가피했다. 전임 군수의 역점사업은 방치되고 행정의 연속성은 차단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또 3차례 재·보선이 치러지면서 군 재정부담도 불어났다. 지난해 4월 치러진 군수 재선거 비용은 8억원이 넘었고 2006년 보궐선거때는 4억2000여만원이 지출되는 등 무려 15억원이 집행됐다.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형편 속에서 쓰지 않아도 될 예산을 낭비한 셈이다.
군수 자리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은 주민들의 자존심에도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대외 이미지 추락 뿐만 아니라 지역의 발전까지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 박모씨(52)는 “지역민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실망감을 안겨준 책임있는 사람들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면서 “진심으로 지역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선거문화가 자리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02년 이후 전남 화순군수 당선 및 낙마(구속)상황
2002.6 제3회 지방선거 임호경 군수 당선2004.1 임호경 군수, 선거법 위반으로 군수직 상실2004.6 재선거에서 임호경 전 군수 아내 이영남 군수 당선2006.5 제4회 지방선거 전형준 군수, 이영남 전 군수 누르고 당선2006.6 전형준 군수, 취임 한 달 만에 선거법 위반 낙마2006.10 보궐선거에서 전형준 전 군수의 동생 전완준 군수 당선2010.6 제5회 지방선거 전완준 군수 재선 성공2011.2 전완준 군수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2011.4 재선거에서 홍이식 군수 당선2012.12.4 홍 군수 사전구속영장 청구2012.12.6 홍 군수 구속 수감
h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