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찢어져…" 박대성 피해 유가족, 무기징역 선고에도 '울분'

"시민이 원하는 건 사형 아니냐…답답하다"

28일 오후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도로변 화단에서 '10대 여성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2024.9.28/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마음이 찢어지고, 가슴이 아프고…"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박대성(30)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린 9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정문 앞에선 피해자 유가족이 슬픔에 잠긴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피해자 유가족은 '현재 심정이 어떠냐'는 취재진 물음에 "마음이 찢어진다. 가슴이 아프다"고 답했다.

유가족은 이날 피해자 지인들과 함께 법정을 찾아 굳은 표정으로 선고 결과를 지켜봤다.

박 씨에 대한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유족과 피해자 지인들에게서 큰 동요는 없었지만 슬픔에 가득 찬 표정이 역력했다.

외동딸을 잃은 슬픔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유족은 한숨을 내쉬며 박 씨에게 사형이 선고되지 못한 데 대한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유가족은 "시민이 원하는 것은 사형이 아니냐"며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답답하고 머리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성을 살해한 박대성이 4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광주지검 순천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2024.10.4/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유족은 앞선 3차례의 이 사건 공판기일마다 오열하며 재판장에 털썩 주저앉는 등의 모습을 보였고, 재판부에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박 씨는 작년 9월 26일 오전 0시 42분쯤 전남 순천시 조례동의 한 도로변에서 길을 걷던 피해자를 800m 뒤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박 씨는 범행 이후 흉기를 소지한 채 추가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맨발로 술집에 들러 맥주를 시키거나 노래방을 찾아 업주를 방으로 불렀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평소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과 폭력적인 성향을 갖고 있던 박 씨는 스스로를 비관했다. 가족들로부터의 소외감, 궁핍한 경제적 상황 등으로 쌓인 그의 분노는 반사회적 인격 형성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 범행 과정에서 폐쇄회로(CC)TV에 얼굴이 찍힌 박 씨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는 모습이 공개돼 국민에게 분노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재판부는 이날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 기속된 박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단 점에서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사회 구성원들에게 살인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충격과 공포, 불안감에 휩싸이게 만드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