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광주·청주 공항도 비슷…참사 피해 키운 '둔덕 로컬라이저'

무안국제공항 4m 높이 콘크리트 지지대 위에 방위각
'부러지기 쉬운 재질' 규정 논란 지속…조사단 조사중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연방항공청, 교통안전위원회, 보잉 등 한미합동조사 관계자들이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등을 조사하고 있다. 2024.12.3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무안=뉴스1) 최성국 기자 = 무안국제공항의 '둔덕형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제주항공 참사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여수공항과 광주공항, 청주공항도 둔덕형으로 설치돼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여수공항 남쪽 활주로 끝단을 넘어서 4m 높이의 둔덕형 로컬라이저가, 광주공항에는 높이 70㎝ 안팎의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다.

지난달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경우 사고 여객기는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 끝단을 넘어 설치돼 있는 2m 높이의 둔덕형 로컬라이저를 들이받아 폭발했다.

활주로 중단 부분부터 동체 착륙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객기는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활주로 끝단에서 251m 지점에 있는 콘크리트 둔덕형 로컬라이저를 들이받고 폭발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객기는 로컬라이저를 들이받은 충격으로 꼬리 부분을 제외한 동체가 모두 파손됐고 화재까지 이어졌다. 여객기가 활주로를 넘어섰더라도 해당 구조물이 없었다면 충격 여파가 발생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더 줄었을 것이란 지적들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에 따르면 쉽게 부러지지 않는 구조물이 활주로 끝부터 300m 이내에 위치해 있으면 구조물을 부러지기 쉬운 구조물로 교체하거나 300m 이상 떨어진 장소로 이전해야 한다.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국토교통부 예규)도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무안공항은 지난 2023년 보수과정을 거쳐 로컬라이저 둔덕에 콘크리트를 추가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둔덕형 로컬라이저가 참사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여수공항과 광주공항, 청주공항 등의 시설물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연방항공청, 교통안전위원회, 보잉 등 한미합동조사 관계자들이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등을 조사하고 있다. 2024.12.3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국토부는 무안국제공항을 포함한 공항들의 둔덕 형태 지지대에 대해 "둔덕 형태의 지지대를 만든 이유로 과거 여러 공항을 보면 재질이 다 상이하고 설계할 때 여러 가지를 감안해 최적의 방법을 찾은 시공 방침인 것 같다"며 "활주로 높이 이상으로 안 올라가면 제 성능을 발휘 못 해 항상 약간 높게 세워져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토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199m)에서 벗어나 설치돼 있었기 때문에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며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행안전무선시설의 설치 및 기술기준(국토교통부 고시)에는 로컬라이저의 주파수, 신호세기 등에 관해서만 규정돼 있고, 안테나 지지 구조물의 높이나 재질 등에 대해서는 규정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1일 오전 브리핑에서도 "(로컬라이저와 관련된) 국제기준 등 정합성 문제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로컬라이저 부분은 해외 사례들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 합동조사단은 전날 참사지점에서 로컬라이저 등을 두루 살펴봤다. 합동조사단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연방항공청, 기체 정비 분야 전문가 등 미국조사팀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