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선원 학대 살해·은폐 사건' 선장 이어 선원들도 실형

밥 굶기고 마구 폭행·바닷물 뿌려…피해자 저체온증 사망
시신 바다에 유기…범행 동조·가담한 선원들 징역형

[자료사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뉴스1DB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전남 신안 해상에서 벌어진 '선원 학대 살해·은폐 사건'과 관련, 선장에 이어 선원들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선원들은 선장의 가혹한 학대 행위를 말리지 않고 오히려 동조해 피해자를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지혜)는 살인방조, 폭행 혐의로 기소된 선원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선원 B 씨와 C 씨는 살인방조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받았으나 폭행 혐의에 대해선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A 씨는 4월 30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 북동방 9~10 해리 해상에서 벌어진 50대 선원 살인 사건을 동조·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배의 40대 선장 D 씨는 피해자가 승선한 올해 3월초부터 사건 당일까지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피해자가 작업에 미숙하고 동료 선원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그는 각종 둔기를 이용해 피해자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하고 선박에 구비된 동키호스(선박 청소 호스)로 바닷물을 뿌렸다.

반복적인 학대에 전신에 멍이 든 피해자는 천장도 없는 선미 갑판이나 어구 적재소에서 잠을 자야 했고, D 씨는 피해자에게 식사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사건 당일에도 D 씨는 피해자를 마구 폭행한 뒤 쓰러진 피해자의 옷을 벗겨 나체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바닷물을 수차례 뿌렸다. 결국 피해자는 수십분간 바깥에 방치되다 극심한 저체온 상태에 빠져 숨졌다.

D 씨는 숨진 피해자의 시신을 다음날 바다에 유기했다. 그는 피해자의 시신이 떠오르지 않도록 그물과 쇠뭉치를 엮었다.

A 씨는 구타를 당해 쓰러져 있는 피해자가 보기 싫다는 이유로 동키호스를 이용해 해수를 쏘고, 피해자를 선미로 끌고 가 20분 동안 방치했다.

B 씨는 선장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를 바닥 청소용 솔로 씻기고 나체 상태로 만들었다. C 씨는 나체 상태의 피해자에게 물을 수차례 뿌려 급격한 저체온 상태에 빠지게 했다.

이들은 선장의 지시를 받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폭행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 씨는 D 씨가 피해자에게 지속·반복적으로 가혹 행위를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해수를 뿌려 살인 범행의 결과를 용이하게 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나머지 피고인들도 가혹한 행위를 인식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폭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한편 선장 D 씨는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8년을, 상해 혐의를 받는 또다른 선원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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