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자랑"…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민국 들썩

[결산2024-광주전남] 5·18 배경 '소년이 온다' 주목

편집자주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가 올 한 해 광주‧전남을 뜨겁게 달군 주요 10대 뉴스를 선정해 5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2024년 10월 10일 대한민국 전역이 들썩였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다.

특히 작가의 고향이자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인 광주 지역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수상 확정과 동시에 강기정 광주시장부터 오월단체까지 잇달아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강 작가를 배출한 광주 북구 효동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11일 오전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4.10.11/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 아이들 '만세삼창'…광주시, 축전부터 기념물까지

한강 작가는 광주 중흥동에서 태어나 효동초등학교를 다녔다. 그의 수상 소식과 동시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전라도의 힘!,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이라며 "광주의 자랑"이라고 칭찬했다.

효동초등학교도 수상 확정 후 수상소식을 담은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1115명의 학생들에게 교육자료로 배포했다. 배포 후 모교에서는 만세 삼창이 울려퍼지기도 했다.

소설 '소년이 온다' 속 5·18 사적지인 상무관과 옛 전남도청에도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전남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년이 온다' 탐방 프로그램은 접수 첫 날 마감돼 버렸다.

광주시는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고 광주독립영화관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소설 원작의 영화 '채식주의자'와 '흉터' 두 편을 특별상영했다.

또 최근에는 시 행정동 앞 높이 12m, 길이 49m 크기의 아치형 구조물인 '빛고을 무지개'에 발광다이오드(LED)로 조명을 설치하고 전면부에는 광주 출신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는 포토존을 조성했다.

포토존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작품 표지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 한강 작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김도영 선수, 프로축구 광주FC 이정효 감독 등 인물 조형물, '한강의 꿈 광주의 빛' LED 채널 조형물 등 총 3가지로 구성했다.

아울러 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생가 터를 매입해 북카페로 꾸미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11일 오전 광주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행사'에 참석해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자 고 문재학 열사 어머니 김길자 씨와 환호하며 손뼉을 치고 있다. (광주시 제공) 2024.12.11/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 5·18 소재로 한 책 '소년이 온다' 광주 오월 관심 늘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자 광주 오월단체도 축하와 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이 소설가 한강을 통해 전세계에서 인정받았고 세계인의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지길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그는 "10일간의 항쟁이 낳은 희생자들의 이야기와 참상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왜곡과 폄훼를 없애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노벨상 수상을 토대로 숱하게 당사자들을 괴롭혀왔던 5·18 왜곡과 폄훼도 사라지고 흐지부지 중인 헌법전문수록과 정신적 손해배상도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한강 작가의 수상 후 그가 다뤘던 소설의 배경인 '5·18민주화운동'도 세계에 알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11일 광주시청에서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인 5·18학생시민군 고 문재학 열사의 생전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펼쳐지고 있다. 2024.12.11/뉴스1 ⓒ News1 최성국 기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광주시의 행사에서도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가 된 5·18학생시민군 고 문재학 열사의 홀로그램이 실물화돼 주목을 끌었다.

문재학 열사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군과 끝까지 맞서 싸우다 총격에 숨졌다. 당시 문 열사의 나이는 열일곱 살로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문재학 열사는 이날 한강 작가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고 했는데, 그는 편지에서 "저는 이제 이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마음속에 있다. 그럴 기회를 준 한강 작가에게 무척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했다.

이를 지켜본 문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간 아들을 그리워했다.

김길자 어머니는 남편 문건양 씨가 생전 아들을 기리며 흘린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소년이 온다'를 광주시에 기증하기도 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