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대농과 농협미곡처리장의 '벼 85톤' 수상한 거래

농민 A씨, 사들인 벼 공공비축미로 수매
거래배경 놓고 뒷말…수천만원 차익 의혹

공공비축미 수매.(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뉴스1 ⓒ News1

(장성=뉴스1) 박영래 기자 = 20㏊(6만평) 논농사를 짓는 대농(大農)과 농협미곡처리장(RPC)이 공공비축미 수매를 앞두고 대량의 벼 거래가 이뤄지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RPC에서 보관하는 벼를 구입해 공공비축미로 수매하는 편법으로 수천만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골머리를 앓는 RPC의 재고 벼 처리를 위해 농민과 RPC 간 짬짜미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허술한 공공비축미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강하게 일고 있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 장성농협통합RPC는 농민 A씨와 톤백(800㎏들이 대형 포대) 107개 판매계약을 체결하고 11월 18일 황룡DSC(벼 건조저장시설)에서 인출작업을 진행했다.

장성농협통합RPC 대표 B씨는 "거래가격은 12월 수매 확정가에 톤백가격, 인출작업 인건비까지 포함됐다"며 "공공비축미 수매가격이 최종 확정되지 않아서 현재는 계약금만 받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성농협통합RPC에서 톤백 107개 물량을 수령한 A씨는 이 벼를 곧바로 진행된 공공비축미 수매물량으로 내놨다.

하지만 이 거래과정을 놓고 여러 의혹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은 85톤이라는 많은 양의 벼를 농협RPC에서 매입해 이를 다시 공공비축미로 수매한 배경이다.

올해 장성군 황룡면에 배정된 공공비축미 물량은 총 1064톤으로 A씨가 내놓은 85톤 물량은 8% 비중을 차지한다.

A씨는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면서 당초 배정받은 공공비축미 물량이 부족해 이를 농협RPC에서 매입해 수매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올해 배정받은 물량을 맞추지 못했다고 해서 내년 공공비축미 물량배정에서 페널티를 적용받는 일은 없기 때문에 굳이 85톤이라는 많은 양의 벼를 RPC에서 매입한 뒤 곧바로 공공비축미로 수매할 필요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RPC에서 싼값에 벼를 구입해 공공비축미로 재판매하면서 이를 통해 톤백 1개당 20만 원 가까이 차익을 얻는다는 의혹도 확산하고 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장성농협통합RPC 대표 B씨는 "12월 확정수매가로 판매했기 때문에 차익을 얻을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농민 A씨는 "40㎏ 한포대당 대략 8000원 정도 차액이 남기 때문에 그렇게 벼를 사서 수매했다"고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2023년 기준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은 40㎏(1등급 기준)에 7만120원으로 시중 쌀 수매가에 비해 1만원가량 높았다.

A씨가 지난해 톤백 35개를 매입(총 매입가 4200만 원)한 데 이어 올해 또 톤백 107개를 매입한 것을 두고 미곡종합처리장의 재고 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공비축미 제도가 악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공공비축미 확정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톤백 1개당 12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톤백 107개 매입가격은 1억2840만 원에 이른다.

올해도 벼 수확기를 앞두고 미곡종합처리장마다 재고 쌀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고, 지난해 수매해서 팔지 못한 쌀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재고 쌀 소진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해당 벼 거래와 관련해 장성군 관계자는 "전남도 등에 문의한 결과 RPC에서 벼를 사서 공공비축미로 수매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RPC에서 벼를 사거나 이웃 농민들한테 벼를 매입해 공공비축미로 수매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조속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