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15년 만에 재심 시작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 "검찰 시나리오대로 조작된 사건"
검찰 "유죄 맞다"…재판부 다수 증인 신문 통해 재심 진행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아내와 마을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 받은 부녀에 대한 첫 재심 재판이 15년 만에 열렸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3일 살인, 존속살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백 모 씨(74)와 딸(40)에 대한 첫 재심 기일을 진행했다.
백씨 부녀는 지난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이를 나눠마신 백씨 아내 최 모 씨를 포함해 2명을 살해하고, 주민 2명에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2012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는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당시 백씨 부녀가 15년 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를 숨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 국민 공분을 받으면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불렸다.
유죄 판결의 증거는 백씨 부녀의 자백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백 내용을 번복했다.
변호를 맡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의 부당·조작 수사 등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재심 청구 이유는 '검사와 수사관의 직무상 유기', '심문조서 왜곡', '공소장 등에 대한 허위 사실 기재', '진술거부권 미보장' 등이다.
광주고법은 피고인들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검사의 생각을 주입하며 유도신문을 하거나, 피고인이 의도한 내용대로 진술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영향에 관한 보상을 설명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며 "이런 신문방법은 진술의 임의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것으로 위법한 수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재심 결정 이유를 밝혔다.
백씨 부녀는 형 집행정지에 따라 올해 1월 출소, 15년 만에 죄수복이 아닌 일반 옷을 입고 이날 재판에 출석해 무죄를 호소했다.
변호인 측은 당시 검사가 백 씨의 막걸리 구입 관련 CCTV, 톨게이트 이용 내역, 딸의 버스 탑승 이동 CCTV 등 이들 부녀의 무죄를 증명할 유리한 자료들을 모두 확보하고도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딸이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섞는데 사용했다고 검사가 제출한 플라스틱 수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돼 청산염이 미검출됐으나 이 또한 재판부에 고의로 제출을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검찰의 시나리오대로 꾸며져 진술을 강압한 사건으로, 검찰은 문맹이나 경계성 지능장애에 있는 피고인들의 취약점을 이용해 허위로 진술을 받고 증거를 꾸며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이들에 대한 기존 판결은 정당하다"며 "1심이 내린 무죄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양 측은 당시 수사검사, 수사관 등 다수의 증인 신문을 진행하며 실체적 진실과 위법 수사 등을 주요 쟁점을 다툰다.
재판부는 내년 2월 11일 피고인들에 대한 2차 재심 공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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