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실수로"…증액해야 할 인건비 반납한 광주시의회

1억5천 반납했다가 3억5천 증액…의회 운영시스템 붕괴 지적

광주시의회 운영위원회 인건비 삭감 문제 지적./뉴스1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광주시의회가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할 위기에 처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인건비를 증액 편성해야 할 상황에서 거꾸로 반납해 버린 직원의 '실수'가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크로스 체크되지 않는 전반적인 의회 운영 시스템 붕괴가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이번 정리 추가경정 예산안에 인건비 3억 5400여 만 원 증액을 요청했다.

일반직 67명 인건비 3억 490여만 원과 일반임기제 등 기타직 6급 보수 2700여만 원, 공무직 보수 1730만 원, 공무원 국민건강보험금 등 536만여 원 등이다.

애초 올해 본예산 편성 시 시의회는 인건비 88억 4000만 원을 요구했으나 광주시 집행부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84억 원만 편성하고 4억 4000만 원은 삭감했다. 부족한 인건비는 연말에 추경에서 증액 편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번 정리 추경에서 인건비 부족분 2억여 원을 증액해야 하지만 담당 공무원이 거꾸로 1억 5300여 만원을 반납하면서 발생했다. 정리 추경을 앞두고 남은 인건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감액 계상해 버린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의회 사무처는 2회 추경 세출예산 제안 설명에서 "추경예산 집행 추계와 관련해 일부 착오가 발생한 점을 솔직히 고백하고 사과드린다"며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인건비 집행 전망액 추계가 과소 반영돼 증액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의원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결국 반납한 1억 5300여 만 원에 2억여 원을 더한 3억 5400여 만 원을 증액했으나 의원들은 '집행부 보기 부끄러운 문제'라며 호되게 비판했다.

담당자인 8급 공무원 외에 팀장과 국장, 사무처장까지 결재라인이 있음에도 '크로스 체크'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이귀순 의원은 "주무관이 올리면 총무팀장, 의정담당관, 사무처장까지 검토하는데 그중 한 명도 거르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며 "인건비는 명확하게 나오는 수치이기 때문에 추계를 잘못하는 것을 매번 지적하고 개선하고 있는데 의회마저 잘못하면 집행부에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나윤 의원은 "인건비는 경직성 예산이다. 의회 사무처 직원 정원수에 변화가 없다. 적어도 중간에 작년도 예산과 비교만 해도 잡아낼 수 있는 문제다. 결재라인에서 꼼꼼하게 예산 부분을 체크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시의회 사무처는 "인건비는 급여 관리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접근 권한이 부여된 직원도 제한돼 있어 세부적인 검토의 어려움이 있었다"며 "실무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팀장과 의정담당관이 크로스체크하고 전임자에게도 다시 확인하도록 내부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의회 안팎에서는 '단순 헤프닝'으로 보기도 하지만 후반기 신수정 의장 취임 후 원포인트 인사와 비선 실세설, 의장 공약 이행 논란 등 크고 작은 구설이 잇따르면서 의회 운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