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 살인 현장 인근에 '치안 1위 대통령 표창' 현수막 내건 경찰
순천경찰, 왕지·조례동 등 18장 게첨…"모두 철거 중"
- 김동수 기자
(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전남 순천경찰서가 '10대 여학생 살인사건' 인근 장소에 치안성과를 자축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논란이 일자 철거에 나섰다.
23일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올해 치안성과 우수관서 평가에서 전국 259개 경찰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왕지동과 조례동 등 18장의 관련 현수막을 게시했다.
현수막에는 '순천경찰서, 전국 259개 경찰서 중 치안성과평가 1위, 대통령 표창 수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직원 응원과 독려 차원에서 현수막을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시기와 장소 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26일 오전 0시 43분쯤 순천시 조례동의 한 도로변에서 박대성(살인 등, 구속 기소)이 휘두른 흉기에 A 양(17)이 숨졌다.
경찰이 현수막을 설치한 장소가 범행 장소와 고작 100m 떨어진 곳이라는 점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범행 당시 박대성에 대한 극단적 선택 의심신고를 받고 1차 출동한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10여 분 뒤 살인사건이 발생했었다.
박대성과 피해자의 개인 정보가 담긴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전남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공문상비밀누설혐의로 형사 입건된 점도 시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시민 A 씨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 사건 현장 인근에 치안 1위라는 현수막을 내거는 게 상식적으로 맞냐"며 "경찰이 공문서를 유출하고 수사력도 부진했던 것 아니냐. 밤길이 무서워서 제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순천경찰서 관계자는 "협력·사회단체와 함께 내건 현수막은 모두 철거 중이다"며 "사건이 발생하기 전 시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고민을 하다 현수막을 설치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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