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한승원 소설가가 본 딸 한강 작가는…'승어부'

"홀로서기 위해 조언 등도 구하지 않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가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의 작업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10.1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장흥=뉴스1) 이승현 기자 =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부친 한승원 작가는 11일 딸을 '아버지를 뛰어넘은 승어부'(勝於父)'에 비유했다.

한승원 작가는 이날 오전 전남 장흥군 소재 자신의 작업실 앞 정자에서 회견을 열어 "(딸은)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자식을 '승어부'라고 한다"며 "생존치를 뛰어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자신의 생존치를 뛰어넘기도 힘든데, 생존치를 뛰어넘은 부모를 뛰어넘는 자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딸이 어렸을 적 자신의 고향 장흥으로 데려와 시간을 보내며 시골에 대한 정겨운 정서들을 느끼고 배우게 했다고 한다. 특히 딸의 학창 시절엔 그 영리함을 눈치채고 영어책을 달달 외우게끔 했다고 소개했다.

한승원 작가에 따르면 언어 쪽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한강 작가는 고등학생 때 한글날 글짓기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적도 있다.

한강 작가는 아버지를 따라 소설을 쓰기 위해 대학은 국문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한승원 작가는 딸이 소설을 쓰면서 자신에게 상담이나 조언을 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스승을 닮지 않고 홀로서기를 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내 소설을 읽어보라고 한 적도 없다"며 "소설가는 서술 방법을 닮으면 안 된다. 김동리(소설가)가 한 사람만 있어야지 두 사람이 있으면 한 사람은 죽는다"고 말했다. 그는 딸에 대해 "아버지의 (글쓰기) 방법을 닮을까 싶어 그랬던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승원 작가는 딸의 강점으로 '끈질긴 성격'을 꼽았다. 자신이 젊은 시절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며 글을 쓰던 모습을 보고 자란 딸이 '끈질기게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배운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딸에게 '건강관리'를 당부했다. 그는 "소설을 쓰는 건 그야말로 중노동"이라며 "건강해야 좋은 작품,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