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살해 뒤 노래방·호프집 배회…박대성 "기억? 조금씩"(종합)
"술 마시고 흉기 챙겨 나온 뒤 가물"…심신미약 주장
순천지청 구속 송치…계획적 살인 등 범행 동기 규명
- 김동수 기자
(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박대성(30)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범행 동기에 대해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경찰은 박씨가 흉기를 소지한 채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물색한 점 등을 근거로 '계획적 살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4일 살인 혐의로 박대성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송치했다.
이날 오전 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박 씨는 "술마시고 기억이 안 나요? 어디까지 기억이 안 나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금씩…" 이라고 했다. 이후 질문에 끝까지 묵묵부답이었다.
박 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0시 43분쯤 순천시 조례동 한 길거리에서 A 양(17)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 양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A 양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의 약을 사러 나갔다가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는 길에 피살됐다.
범행 당시 박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인 찜닭집에서 소주 4병을 마시고 주방용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경찰 조사에서 박 씨는 "식당에서 나온 뒤부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흉기를 소지한 박 씨는 30분간 가게를 들락날락했고, 가게 앞 인도에서 흉기를 몸 뒤편에 숨긴 채 택시기사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곳을 지나던 A 양을 발견한 박 씨는 800m 가량 뒤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뒤 달아났다.
박 씨가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물색하고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는 범행 당시 신고 있던 슬리퍼가 벗겨지자 버려두고 본인 가게 방향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흉기를 버리고 맨발로 돌아다니다 폐쇄회로(CC)TV에 여유롭게 웃는 모습이 찍혔다.
박 씨는 맨발로 호프집과 노래방 등을 돌아다니다 자신의 가게로 돌아와 다시 운동화로 갈아신고 일대를 활보했다.
박 씨는 범행 장소에서 벗어난 뒤 총 1.5㎞ 거리를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주차된 차량을 발로 차다 차주인과 시비가 붙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박 씨의 범행 직후 동선은 일대 폐쇠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에서 "소주 4병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피해자와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혐의는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범행 당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정신질환 증상이 있다고도 경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박 씨가 영업난에 가게를 휴업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지자 홧김에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는지, 범행 전 흉기를 챙겨 나와 여성을 상대로 '계획적 살인'을 저질렀는지, 실제 정신질환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규명해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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